건물과 건설 부문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전체의 38%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건물·건설 부문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지난해 10GtCO₂(기가이산화탄소톤)에 이르러,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체의 38%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6일 세계건축및건설연맹(GlobalABC)의 ‘2020년 현황 보고서’를 인용해 “세계 건물 에너지 소비는 정체됐음에도 2019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95GtCO₂까지 증가했다”며 “건물을 운용하는 데서 배출되는 양(약 28%)과 건설 부문에서 배출하는 양(10%)을 합하면 38%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런 증가 원인을 건물들이 에너지원을 석탄과 석유, 전통적인 바이오매스(화목 등)의 직접 사용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높아 탄소 함량이 훨씬 많은 발전 전기로를 에너지원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잉에르 아네르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건물과 건설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축 환경의 에너지 수요 대폭 감축, 전력부문의 탈탄소화, 탄소 순환 배출량은 줄일 수 있는 자재 사용 등 3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경기회복을 위한 그린뉴딜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촉발점이 될 수 있다”며 “건물과 건설 부문이 저탄소 발전 경로로 전환하면 경기회복에 큰 이득을 줄 것이므로 각국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와 관련해 2050년까지 건물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2030년까지 빌딩의 이산화탄소 직접 배출량을 50%까지 줄이고, 간접 부문에서 60%까지 줄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030년까지 건물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해마다 6%씩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에너지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율 7%와 맞먹는다.
하지만 세계의 건물 에너지효율 투자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분석하는 세계건축및건설연맹의 ‘빌딩클라이밋트래커’는 건물 부문 연간 에너지 효율 개선율이 2016년에서 2019년 사이에 절반으로 감소했음을 발견했다. 빌딩클라이밋트래커는 건물 부문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건물과 관련한 모든 부문이 탈탄소 대응에 현재보다 5배의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다수 국가들이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두번째 국가결정기여(NDC, 감축목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건물은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서 중요한 부문임에도 특단의 감축 정책이 누락된 주요 영역으로 남아 있다. 1차 국가결정기여를 제출한 국가들 가운데 136개국이 건물에 대해 언급하고, 53개국이 건물의 에너지 효율에 대해 언급했지만 건물 관련 에너지 법규를 마련한 국가는 38개국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건물 리모델링 등의 내용이 담긴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지만,
온실가스 감축의 실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말까지 국가결정기여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건물을 활성화를 고취할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난해 에너지효율 건물에 대한 투자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한 것은 그나마 바람직한 신호”라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 건물 에너지효율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3% 많은 152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이는 전체 건물과 건설 부문의 투자분 5.8조달러에 비하면 극히 작은 것이지만 탈탄소 건물과 에너지 효율이 투자 전략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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