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 상실의 원인이 지구온난화 때문만이 아니라 자연변동에 따른 강설량 감소 때문이라는 새로운 학설이 제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남극 빙하가 사라지는 것은 온난화 때문만이 아니라 자연변동에 따른 강설량 감소가 원인이라는 새로운 학설이 제시됐다.
극지연구소는 24일 “그동안 학계에서는 남극 빙하량 감소가 전적으로 해양 온난화 때문이라고 알려져왔지만, 최근 10여년 동안 감소한 남극 빙하 양의 30%는 눈이 덜 내렸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극지연구소의 김병훈 연구원(제1저자)과 서울대 서기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교신저자) 공동연구팀이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과 함께 밝혀낸 연구 성과는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23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온난화에 의한 빙하 감소설은 바다 온도가 높아져 빙하의 이동이 빨라지고, 바다로 유출되는 빙하 양도 증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남극 빙하 크기는 빙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양뿐만이 아니라 눈이 내려 쌓이는 양도 변수로 작용한다. 눈이 많이 내리거나 빙하의 이동이 멈추면 남극 얼음은 점점 두꺼워진다. 반면 내리는 눈의 양이 줄거나 빙하 이동이 빨라지면 남극 얼음은 점차 얇아진다.
남극 빙하 질량 변화(검정선)와 강설량(파란선)의 비교. 2007년 이후 줄어든 빙하의 양 가운데 30%는 강설량 감소의 영향으로, 70%는 해양 온난화의 영향으로 나타났다. 이는 빙하 손실 가속화의 대부분이 해양 온난화 때문이라는 기존의 통념에 벗어나는 발견이다. 극지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중력관측위성 그레이스(GRACE)에서 받은 자료와 남극 대기 관측 결과를 종합해 남극 빙하의 양을 변화시킨 두 가지 변수를 분석했다. 남극빙하는 지난 1992년부터 2017년까지 25년 동안 해마다 평균 1100억톤이 사라졌다. 이 기간 지구의 해수면은 약 7.6㎜ 높아졌다. 특히 최근 들어 빙하 상실 속도는 가파르게 상승해, 2007년 이후 남극빙하의 연평균 감소량은 1940억톤으로 이전 470억톤보다 4배 이상 빨라졌다.
2007년을 기준으로 하면 남극 빙하의 손실량이 연평균 1470억톤 늘어난 것으로, 연구팀은 이 가운데 약 400억톤은 새로 쌓이는 눈의 양이 줄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1992년부터 2017년까지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남극 빙하의 질량 변화(검정선). 25년 동안 약 2조7200억톤이 감소했으며, 이는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을 약 7.6㎜만큼 상승시켰다.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빨간선)는 2007년을 기점으로 4배 이상 올랐다. 극지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강설량 감소의 원인으로 남극진동(AO)이 강해진 점을 꼽았다. 남극진동이 중위도에서 날아오는 수분의 유입을 막아 눈이 충분히 생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극진동은 북극진동과 마찬가지로 남극을 둘러싸고 있는 기압대의 크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바람의 세기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남극의 강설량은 남극진동이 강해지면 줄어들고, 기온이 오르면 증가한다. 연구팀은 “두 요인 가운데 무엇이 더 우세한지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로 최근의 남극 강설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온난화가 아니라) 남극진동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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