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별 앞을 지나가는 외계행성 WASP-107b 상상도. 지구에서 200광년 거리에 있다. 루뱅대 제공
벨기에 루뱅대가 중심이 된 국제 천문학자 그룹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의 중적외선기기(MIRI) 관측을 통해 모래비가 내리는 외계행성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외계행성은 처녀자리에 위치해 있는 WASP-107b으로, 지구에서 200광년 떨어져 있다. 2017년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덩치는 크지만 질량은 가벼운 특성 때문에 ‘솜사탕 행성’이란 별칭을 얻었다.
이 행성은 태양보다 약간 작고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별을 공전하는 가스 행성이다. 밀도가 낮아 질량은 해왕성과 비슷하지만 크기는 해왕성보다 훨씬 커서 거의 목성만 하다. 따라서 태양계의 가스 행성과 비교하면 매우 푹신한 행성으로 볼 수 있다. 반지름을 기준으로 해왕성은 지구의 3.9배, 목성은 지구의 11.2배다.
덕분에 태양계의 가스행성보다 대기를 약 50배 더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입자 밀도가 낮으면 각 입자들의 특성이 스펙트럼을 통해 훨씬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에서 행성의 대기에 수증기와 이산화황, 규산염 구름이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메탄의 존재는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우선 메탄이 없다는 것은 행성의 내부가 따뜻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성냥 타는 냄새와 같은 이산화황이 존재한다는 건 대기 밀도가 낮아 별에서 온 고에너지 광자가 행성 대기의 안쪽 깊숙한 곳까지 도달해 이산화황을 생성하는 화학반응을 일으켰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제임스웹의 중적외선 기기로 분석한 WASP-107b 외계행성의 대기 구성. 규산염 구름과 이산화황과 수증기가 확인됐다. 루뱅대 제공
외계행성 구름의 성분까지 식별한 건 처음
더 중요한 건 규산염 입자로 구성된 구름의 발견이었다. 규산염은 모래의 주성분으로 우리에겐 아주 친숙한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산화황과 수증기의 스펙트럼 신호가 구름이 없는 경우에 비해 약하다는 걸 발견하고 구름의 존재를 유추해낸 뒤 규산염 구름을 찾아냈다. 다른 외계행성에서도 구름이 추론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구름의 화학적 구성을 확실하게 식별한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온도가 낮은 지구 대기에서는 물이 얼어붙어 구름이 되지만, 섭씨 1000도에 이르는 가스 행성에서는 규산염 모래 입자가 얼어붙어 구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성의 바깥쪽 대기 온도는 약 500도이기 때문에 이론상 규산염 구름은 온도가 훨씬 더 높은 대기 안쪽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관측 결과 모래 구름은 바깥쪽 대기권에 존재했다.
어떻게 된 연유일까? 연구진은 응축된 규산염 구름 입자가 모래 빗방울이 되어 하강하다 낮은 고도에서 뜨거운 온도로 인해 증발해 다시 높은 고도로 올라간 뒤 다시 응축해 모래 구름을 형성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구의 수증기 및 구름 순환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다만 빗방울 성분이 물이 아닌 모래라는 점이 다르다.
논문 공동 수석저자인 미치엘 민 박사는 “수직 이동을 통한 승화와 응축의 지속적인 순환이 이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모래 구름이 상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생명체의 존재 여부와 관련지을 수 있는 특징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000도 온도에 기체로 이뤄진 천체인 이 외계행성은 이 목표에 근접한 후보는 아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3-06849-0
SO2, silicate clouds, but no CH4 detected in a warm Neptune. Nature (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