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선 루시가 1일 430km 거리에서 찍은 소행성 딘키네시는 작은 위성과 짝을 이루고 있는 쌍소행성이었다. 나사 제공
목성 궤도의 트로이 소행성군 탐사를 위해 2021년 10월 지구를 출발한 우주선 루시가 2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소행성은 하나가 아닌, 쌍을 이루고 있는 소행성이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루시가 1일 오후 12시54분(한국시각 2일 오전 1시54분) 화성~목성 사이의 소행성대 안쪽 가장자리에 있는 소행성 딘키네시(1999 VD57)에 대한 근접비행을 마쳤다고 밝혔다. 12년 동안 10개의 소행성을 탐사하는 루시의 첫 근접비행이다.
그러나 첫 소행성이 쌍소행성으로 드러남에 따라 탐사 천체 수는 11개로 늘어나게 됐다. 나사는 앞으로도 이처럼 의외의 소행성이 루시 앞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사는 루시가 최근접거리에서 찍어 보낸 딘키네시 사진을 분석한 결과, 딘키네시는 아주 작은 위성(달)을 가진 소행성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큰 소행성은 가장 넓은 부분이 약 790m인 반면 작은 위성은 크기가 약 220m로 추정됐다.
나사에 따르면 루시는 이날 최근접거리 10분 전부터 15초 간격으로 수백픽셀(화소) 단위의 딘키네시 사진을 촬영했으며, 최근접 비행 2시간 후 데이터 수집을 중단했다.
루시 운영팀은 “루시에서 보내온 정보로 보아 우주선의 상태는 양호했으며, 이에 따라 근접비행중 수집한 데이터를 보내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나사는 데이터를 모두 받기까지 최대 일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우주선에서 보낸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 데는 30분이 걸린다.
루시는 12년에 걸쳐 64억km를 날아가지만 대부분은 목적지를 향한 여행이며 실제로 탐사에 투여하는 시간은 다 합쳐봤자 24시간 정도다.
소행성 딘키네시를 근접비행하는 루시 탐사선(상상도). 나사 제공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통과하며 사진 촬영
딘키네시는 루시가 방문할 소행성 가운데 가장 작은 천체다. 사실 애초엔 방문 계획에 없던 소행성이었다. 그러나 루시가 가는 경로에서 불과 6만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탐사 대상에 포함됐다.
루시는 이날 총알보다 6배 빠른 초속 4.5km의 상대속도로 이동하면서 소행성에 425km 거리까지 접근했다. 루시가 딘키네시를 통과비행하는 방식은 주요 탐사 목표인 트로이 소행성군 천체들을 지나갈 때와 같다. 따라서 이번 비행은 실전에 대비한 연습이라 할 수 있다.
나사는 애초 소행성대의 도널드요한슨이라는 소행성을 연습 대상으로 삼았었다. 루시가 도널드요한슨을 방문하는 때는 2025년 4월이다. 그러나 딘키네시 덕분에 실전 연습을 1년 반 정도 앞당겨 하게 됐다. 문제가 발견될 경우 소프트웨어를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을 그만큼 더 확보한 셈이다.
루시가 탐사하게 될 소행성들. 윗줄 왼쪽부터 파트로클루스, 메노에슈스, 유리바티즈, 도널드요한슨, 팔리멜레, 류쿠스, 오루스. 나사 제공
본격 탐사는 2027년 8월 시작
트로이 소행성군 탐사는 2027년 8월에 시작된다. 유리바티즈(Eurybates), 팔리멜레(Polymele), 류쿠스(Leucus), 오루스(Orus) 및 파트로클루스(Patroclus) 5개 소행성을 차례로 통과할 예정이다. 그 중 3개는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루시는 이들 천체를 초속 6~9km의 속도로 지나치며 크기와 색상, 구성 물질, 회전 속도, 질량 등을 측정한다. 분석을 위해 루시에는 카메라, 온도계, 적외선 분광계가 탑재돼 있다.
나사는 유리바티즈와 오루스가 이번 탐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두 소행성은 폭이 64㎞로 크기가 비슷하고 같은 궤도를 돌고 있지만 유리바티즈는 회색, 오루스는 붉은색으로 색깔이 매우 다르다. 나사는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는지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목성의 앞뒤로 짝을 이뤄 태양을 공전하는 트로이 소행성군(상상도). 나사 제공
트로이 소행성군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트로이 소행성군’은 목성 앞뒤로 짝을 이뤄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7천여개의 천체들로 이뤄져 있다. 목성과 같은 궤도를 돌지만 소행성군과 목성의 거리는 3억7400만km나 된다. 두 소행성군 사이의 거리를 합치면 목성~태양 거리와 비슷하다.
두 소행성군은 목성 앞과 뒤에서 60도 각도를 유지하며 목성 궤도를 돌고 있다. 소행성군이 이 궤도를 유지하는 것은 목성과 태양의 중력이 이 지점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위치를 ‘라그랑주 점’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이 소행성들은 46억년 전 태양계 안쪽에서 가스와 먼지들이 융합하며 지구를 비롯한 내행성들이 만들어지고 있을 시점에 태양계 최외곽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당시 목성과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트로이 소행성들이 안쪽으로 끌려들어왔고, 이에 따라 이 소행성들은 외행성 형성 시스템에서 떨어져 나와 원시 상태 그대로 현재의 궤도를 따라 돌게 됐다. 과학자들은 따라서 이 소행성들이 태양계의 초기 역사와 지구 유기 물질의 기원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루시에 탑재한 인류의 세번째 타임캡슐
우주선의 이름 루시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20만년 전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의 애칭에서 따온 것이다. 나사는 “루시라는 이름에는 루시 화석이 인간 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루시 우주선이 태양계 진화에 대해 뭔가를 알려줄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루시는 태양전지가 작동하는 한 공식 임무가 끝난 이후에도 트로이 소행성군과 지구 궤도 사이를 계속해서 왕복한다. 한 번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6년이다. 나사는 루시가 이런 식으로 적어도 수십만년 동안 우주여행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나사는 먼 미래의 누군가가 우주를 떠돌고 있을 루시를 발견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네모판 형태의 타임캡슐을 루시에 실어 보냈다.
타임캡슐에는 루시의 태양계와 루시의 이동 궤도를 그려놓은 그림과 저명 인사들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나사는 이들로부터 먼 미래에 이 명판을 읽을 후손들에게 줄 조언의 말, 지혜의 말, 기쁨의 말, 영감의 말을 직접 받거나 기존의 발언 가운데 일부를 인용해 새겨넣었다.
과학저술가 데이바 소벨의 타임캡슐 문구에 루시의 임무가 간명하게 설명돼 있다.
“우리, 호기심 많은 지구인들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 주위를 도는 원시의 작은 천체를 탐험하기 위해 이 로봇 우주선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증거가 허용하는 한 가장 멀리까지 우리의 기원을 추적하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랜 과거를 바라볼 때도, 여러분이 우리 과학의 이 유물을 수거할 날을 미리 생각했습니다.”
타임캡슐에는 루시 발사 예정일의 태양계 천체 위치를 표시한 그림, 루시 탐사선의 예정된 이동 궤적도 표시돼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