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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추락하는 1m 크기 유성을 7시간 전에 포착하다

등록 2023-02-15 10:00수정 2023-02-15 10:11

추락 예상 시간과 지점까지 정확히 예측
발견에서 추락까지 촘촘한 감시망 작동
1년사이 발견-추락 간격 ‘2시간→7시간’
“소행성 탐지 기술 빠르게 발전하는 중”
2월13일 불덩어리가 되어 떨어지고 있는 소행성 ‘2023 CX1’. 사진 Gijs de Reijke 제공
2월13일 불덩어리가 되어 떨어지고 있는 소행성 ‘2023 CX1’. 사진 Gijs de Reijke 제공

소행성 또는 유성의 지상 충돌 피해를 막으려면 발견에서 추락까지 대책을 준비하고 실행할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하면 될까?

지구 근접 천체 감시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름 1미터의 유성 추락 시간과 지점을 몇시간 전에 예측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헝가리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사르네츠키는 지난 12일 저녁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져 있는 해발 940미터 마트라산 정상의 피스케시테퇴천문대에서 지구근접천체(NEO)를 찾고 있었다.

지름 60cm의 슈미트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을 살펴보던 그의 눈에 하늘에서 움직이는 작은 물체가 발견된 것은 오후 8시18분7초(세계 표준시 기준)였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구근접천체라는 건 분명했지만 특별히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았으며, 빛도 희미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그는 곧바로 이 천체에 ‘Sar2667’(공식 명칭은 ‘2023 CX1’)라는 임시 이름을 붙여 유럽우주국에 알렸다. 그는 지난해 3월11일 이 천문대에서 추락 2시간 전에 지름 2미터의 소행성(2022 EB5)을 발견한 전력이 있다.

이어 30분이 지난 8시49분 유럽우주국 소행성센터(MPC)도 이 소행성을 발견했다. 다시 40분이 지난 뒤 이번엔 크로아티아의 비슈난천문대가 이 천체를 확인했다.

이무렵 세계 각지의 소행성 충돌 영향 평가 시스템이 충돌 가능성 100%와 함께 다음날 오전 2~4시 사이에 영국해협에 추락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또 소행성의 크기는 대략 1미터이며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

추락하는 소행성 ‘2023 CX1’의 불덩어리를 목격한 지역(사람 표시물)과 추락 예상 방향 및 지역(화살표). 국제유성기구(IMO)
추락하는 소행성 ‘2023 CX1’의 불덩어리를 목격한 지역(사람 표시물)과 추락 예상 방향 및 지역(화살표). 국제유성기구(IMO)

추락 전 포착한 건 이번이 7번째

7시간 후 유럽 곳곳에서 지상에 추락하는 물체에 대한 목격담이 잇따랐다. 이 물체는 예측대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해협을 가로지르는 경로를 따라 추락했다. 유성이 불덩이가 돼 지상에 충돌하는 시점도 오전 2시59분으로 정확히 예상시간(오전 2시50분~3시3분) 내에 있었다.

20곳의 천문대가 유성을 관측했고, 유성이 추락한 오전 3시까지 60여건의 사진 및 동영상이 국제유성기구(IMO)에 올라왔다. 소행성은 주로 영국 남부와 프랑스에서 주로 목격됐지만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에서도 신고가 들어왔다. 유럽우주국은 “대기 중에서 다 타지 않고 남은 유성의 일부가 프랑스 노르망디의 루앙 북쪽 해안가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에 소행성을 감지해 충돌 시점과 지점을 예측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나머지 6개 소행성은 크기가 각각 4미터(2008TC3), 3미터(2014AA, 2018LA), 6미터(2019MO), 2미터(2022EB5), 1미터(2022WJI)였다. 모두 2008년 이후의 일이다.

이 가운데 3차례의 발견이 지난 12개월 사이에 이뤄졌다. 특히 지난 1년 사이 소행성 발견과 추락 사이의 시간 간격이 2시간에서 4시간, 7시간으로 갈수록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유럽우주국은 “이는 소행성 탐지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고무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1500km 떨어진 체바쿨 호수에서 회수한 첼랴빈스크 유성의 잔해물. 무게가 570kg에 이른다. 동영상 갈무리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1500km 떨어진 체바쿨 호수에서 회수한 첼랴빈스크 유성의 잔해물. 무게가 570kg에 이른다. 동영상 갈무리

나사가 10년전 행성방위조정국을 만든 이유

이번 소행성 추락은 2013년 2월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20m 크기의 유성이 추락 중 공중 폭발한 지 꼭 10년만이다. 당시 폭발 충격으로 1200명이 부상하고 아파트 수백동의 유리창이 부서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행성방위조정국을 개설했고, 세계 우주당국은 지구근접천체 추적에 서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소행성 첫 관측자가 된 사르네츠키는 인터뷰에서 “그때(지난해)는 일생에 한 번뿐인 사건을 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고 말했다.

나사 집계에 따르면 14일 현재까지 관측된 지구 근접 소행성은 3만1291개이며 이 가운데 지름 140m 이상 중형 소행성은 1만4031개, 지름 1㎞ 이상 대형 소행성은 856개다. 국제천문연맹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견한 지구 근접 소행성은 280개다.

이 가운데 지구와의 최근접 궤도 거리가 750만㎞ 이내이고 지름이 140m 이상인 소행성을 ‘잠재적 위협 소행성’(PHA)으로 분류한다. 지름 140m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한 지역 전체가 괴멸될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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