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사에 소행성이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만든 합성 이미지. 게티이미지·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신문사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소행성이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지만 이 질문에 답을 알려줄 사이트가 나타났다.
미국의 개발자 닐 아그왈은 지난 6일 개인 포트폴리오 페이지에 ‘
아스테로이드 런처’를 공개했다. 아스테로이드 런처는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진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웹페이지로 가세르 콜린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와 클레멘스 훔프 전직 나사(NASA) 엔지니어의 논문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미국 개발자 닐 아그왈이 만든 ‘아스테로이드 런처’ 접속 화면. 소행성의 크기와 성분, 낙하 속도, 충돌 각도를 비롯해 낙하 지점까지 상세히 지정할 수 있다. 아스테로이드 런처 화면 갈무리
아스테로이드 런처에 접속하면 소행성의 종류(철·돌·금·탄소 등)와 크기, 낙하 속도, 충돌 각도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이어 세계 지도에서 낙하 위치를 선택한 뒤 발사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가 만든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혔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애니메이션과 데이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겨레>는 지름 200m에 철 성분으로 이뤄진 소행성을 만들었다. 한반도 최초의
운석충돌구로 알려진 경남 합천군 적중-초계분지에 5만년 전 떨어진 운석의 추정 크기와 동일하게 설정했다. 속도는 현대인이 두 번째로 관측한 대규모 유성폭발 ‘첼랴빈스크 운석우’ 기록과 같은 초속 13㎞, 각도는 임의로 90도를 입력했다. 소행성이 충돌하는 지점은 한겨레신문사 옥상으로 결정했다.
‘아스테로이드 런처’를 통해 한겨레신문사에 200m 크기 소행성을 떨어트린 결과. 한겨레 인근 효창공원을 비롯해 이화여자대학교, 마포대교, 서울역 등이 직접 피해 범위 내에 들어왔다. 아스테로이드 런처 화면 갈무리
모든 설정을 마친 뒤 발사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 화면 안에서 빛이 폭발했다. 그리고 한겨레신문사를 기준으로 지름 4.3㎞, 깊이 457m의 분화구가 생성됐다. 충돌 지점과 근접한 효창공원은 물론이고 동쪽인 서울역, 서쪽인 서강대학교 캠퍼스, 북쪽인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남쪽인 마포대교와 원효대교가 소행성에 삼켜졌다.
공덕동에서 멀리 떨어진 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사로부터 44㎞ 이내의 건물과 주택은 평지가 됐고, 48㎞ 이내의 나무도 전부 쓰러졌다. 서울에서 시작된 436데시벨의 충격파와 강도 6.0의 지진 그리고 초속 3㎞의 바람은 인천, 양주, 천안, 개성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스테로이드 런처’에서는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충격파, 지진, 바람 등의 예상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한겨레신문사에 200m 크기 소행성이 떨어진 경우에는 개성, 동두천, 남양주, 오산, 인천 등에도 지진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스테로이드 런처 화면 갈무리
가상의 상황이지만 인명피해도 극심했다. 충돌과 동시에 17만7189명이 목숨을 잃었고, 711만8303명과 9595명이 각각 돌풍과 지진으로 인해 숨졌다. 또한 충돌 지점 19㎞ 이내의 사람들은 고막과 폐가 손상되는 등 크게 다쳤다. 아스테로이드 런처는 한겨레신문사에 떨어진 소행성이 폭발성 화학물질 티엔티(TNT) 433메가톤과 같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계산했다. 아울러 이 정도의 충격이 1만3000년마다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한 조건으로 부산 수영구 소재 광안대교에 소행성을 떨어트린 모습. 목성의 폭풍보다 빠른 바람이 불어 1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스테로이드 런처 화면 갈무리
그렇다면 이러한 사이트는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닐 아그왈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평소 머릿속으로 재난 시나리오를 짜는 걸 좋아해 소행성 충돌 등 자연재해 영향을 시각화하는 도구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개발 기간을 한 달로 잡았지만 소행성 물리학이 굉장히 복잡해 두 달 만에 완성했다. 첫 한 달은 각종 논문을 읽으며 공부했다. 다행히 방정식이 잘 정리돼있었지만,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닐 아그왈은 아스테로이드 런처 사용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에스엔에스(SNS) 반응을 확인해보면 지구에 소행성을 충돌시키며 스트레스를 푸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재밌는 건 모두가 자신의 직장 건물에는 가장 큰 크기의 소행성을 떨어트리지만,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황인솔 기자
breez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