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속도가 빠른 고위도 지역의 토양은 저장된 탄소가 더 쉽게 빠져나가는 사토계 토양이어서 기후변화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을 자동차 한 대가 가로지르고 있다. 픽사베이
지구온난화는 세계 토양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원인으로 작동해 기후변화가 악순환할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엑시터대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공동연구팀은 22일 세계 9천여 곳의 토양을 조사해 평균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탄소저장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온난화가 대기 중 탄소 배출을 증가시켜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는 이른바 ‘양의 되먹임’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실렸다.(DOI :
10.1038/s41467-021-27101-1)
토양은 성질(석리)에 따라 배출되는 탄소 양이 다르다. 이른바 점토가 적은 사토계 토양은 점토가 많은 세립질 토양보다 3배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세립질 토양은 탄소 기반 유기물질이 결합할 수 있는 더 많은 광물 표면적을 제공해 미생물이 토양에 접근하고 분해하는 능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 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이에인 하틀리 엑시터대 교수는 “땅에는 대기와 지구상 모든 나무를 합친 것보다 많은 탄소가 저장돼 있기 때문에 작은 비율이라도 땅에서 탄소가 배출되면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토양의 온도 분포(위)와 토양 온도에 따른 탄소 저장량 변화(아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연구팀 분석 결과 고위도 지역의 사토계 토양에 저장된 탄소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추운 지역의 온난화가 더 심한 상태여서 이 부분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반면 적도 인근 지역의 세립질 토양에 저장된 탄소는 지구온난화에 덜 취약하다.
연구팀은 세계토양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9300여개의 토양 정보를 입수해 그 가운데 토양의 상단 30㎝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팀이 평균기온이 다른 여러 곳의 탄소 저장량을 비교해 지구온난화 영향을 추계한 결과, 온도가 10도 증가할 때마다 탄소 저장량은 평균 25% 이상 감소했다.
하틀리 교수는 “암울한 예측조차도 이 정도 수준의 온난화 전망을 내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연구팀이 관찰한 효과가 다른 변수가 아닌 온도에 의해 야기됐다는 것을 확신시켜준다. 온도가 오르면 점점 더 많은 탄소가 토양에서 배출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