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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생태계 없으면 생명이 살기 좋은 기후도 없다

등록 2021-10-11 12:06수정 2021-12-27 16:43

조천호의 파란하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40억 년 동안 기후는 생명체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해왔으며 5억4천만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약 10~30도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러시아 과학자 빅터 고쉬코프(Victor Gorshkov)는 측정된 고기후의 기온 변동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여기에서 생물권이 기후를 생명체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하는 유일한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밝혔다.

지난 5억년 동안 19960∼1990년 지구 평균기온(15도)을 기준으로 한 기온 변동. 기온 변동은 약 20도 범위(10~30도) 이내에서 이루어졌다. 출처=위키피디아
지난 5억년 동안 19960∼1990년 지구 평균기온(15도)을 기준으로 한 기온 변동. 기온 변동은 약 20도 범위(10~30도) 이내에서 이루어졌다. 출처=위키피디아

지구시스템은 복잡하고 종종 직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의 양과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에너지의 양이 늘 같다. 이 대표적인 특징이 지구 평균기온이다. 기온은 지구 시스템의 두 가지 요소의 균형으로 결정된다. 햇빛이 지표면과 구름에서 우주로 반사되는 비율(알베도)과 햇빛으로 가열된 지구에서 우주로 빠져나가는 열복사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양이다. 이때 대기 중 수증기도 온실효과를 일으키지만, 수증기는 온실가스로 변화된 기온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지므로 온실가스에 포함되지 않는다.

빅터 고쉬코프는 랴프노프 곡선(Lyapunov curve)으로 온도 변화에 따른 1㎡당 평균 에너지를 나타내었다. 이 곡선의 최저점은 평형 상태이다. 생명체가 없는 지구는 물리적으로 두 가지 평형상태에 있게 된다. 지구 표면이 완전히 빙하로 덮인 경우(상태 1)와 지구 물이 완전한 증발한 경우(상태 2)이다.

지구 평균기온에 따른ᅠ위치(Potential) 에너지 함수 U(T).ᅠ곡선의 계곡은 안정 상태이고 언덕은 불안정한 상태이다. 얼어붙은 지구(상태ᅠ1)와 뜨거운 지구(상태ᅠ2)는 물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이다. 생명이 존재하는 10~30도 구간(상태 3, 가는 선)은ᅠ상대적으로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출처=Biotic Regulation of the Environment: Key Issue of Global Change. 2000, https://www.bioticregulation.ru/pubs/pubs5.php#book00
지구 평균기온에 따른ᅠ위치(Potential) 에너지 함수 U(T).ᅠ곡선의 계곡은 안정 상태이고 언덕은 불안정한 상태이다. 얼어붙은 지구(상태ᅠ1)와 뜨거운 지구(상태ᅠ2)는 물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이다. 생명이 존재하는 10~30도 구간(상태 3, 가는 선)은ᅠ상대적으로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출처=Biotic Regulation of the Environment: Key Issue of Global Change. 2000, https://www.bioticregulation.ru/pubs/pubs5.php#book00

첫번째 평형(상태 1)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모두 얼어버려 온실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에 일어난다. 온실효과가 줄어들어 추워질수록 빙하 면적이 커져 더 많은 햇빛을 우주로 반사하므로 더 추워진다. 온실효과와 빙하 사이에 양의 되먹임이 일어나 기온 하강이 증폭되는 것이다. 지구에 흡수된 태양 에너지 일부가 절대영도인 영하 273도까지 떨어지는 것을 멈추게 하여 영하 90도에 머물게 한다.

두번째 평형(상태 2)은 이산화탄소와 수증기의 온실 효과가 최대 수준에 이르렀을 때 일어난다. 화산 활동으로 대기에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이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증발이 많아져 대기 중 수증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약 310도의 기온에서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전자는 화성 그리고 후자는 금성의 평균 기온과 비슷하다. 이 두 행성은 지구처럼 역동적인 기후변화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구도 두 가지 평형 상태 중 하나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평형상태는 이제까지 지구에서 일어난 적이 없었다! 왜 그런가?

태양은 46억년 전 태어났을 때보다 40~50% 그 밝기가 증가했지만, 실제 기온은 전반적으로 상승하지 않았다. 지구 기온은 햇빛 강도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더 크게 영향받기 때문이다.

지질학적 시간 규모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준 메커니즘은 암석의 풍화작용이다. 풍화작용은 고온에서 좀더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따뜻할수록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가 더 많아져 비가 더 많이 내린다. 빗방울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어 약한 산성을 띠게 된다. 이것이 암석에 떨어지면 칼슘 이온(Ca+2)이 분리되는 풍화 작용이 일어난다. 이는 오래된 비석이 마모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때 분해된 칼슘이온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한편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들어 갈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물과 반응하여 약한 산인 탄산(H₂CO₃)을 만들고, 그중 일부는 탄산 이온(CO₃-2)이 된다. 탄산 이온은 칼슘 이온과 결합하여 탄산칼슘(CaCO₃)이 되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결국 공기 중 이산화탄소는 탄산칼슘이 되어 바다 밑에 켜켜이 쌓인다.

생명체가 없는 지구환경에서도 바닷물이 탄산칼슘으로 과포화되어 침전이 일어났다. 그 후 생명체가 등장하자 탄산칼슘이 과포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침전이 일어났다. 플랑크톤과 조개는 탄산칼슘으로 자신의 껍질을 만들고 산호초는 탄산칼슘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육지의 화학적 풍화와 해양의 탄산칼슘 침전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면서 기온이 떨어졌다. 러시아 기후 과학자인 미하일 부디코는 빙하가 지표면의 절반 정도를 덮으면 빙하와 햇빛 반사 사이의 양의 되먹임으로 지구 전체가 완전히 얼어붙는 상태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추정했다. 그 후 원생대 말엽인 6~7억년 전에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가 실제 일어났음이 밝혀졌다.

지구에는 눈덩이 지구에서 벗어나는 메커니즘도 필요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육지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풍화나 생물 광합성에 사용되지만, 지상의 물이 모두 얼게 되면 이러한 소비 과정이 중단된다. 앞서 침전된 탄산칼슘은 석회암이 되어 지각판 움직임으로 맨틀에 끌려 들어가 있다가 화산 폭발과 함께 이산화탄소로 공기 중에 배출된다. 그리하여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축적이 늘어나 지구는 다시 더워진다. 이처럼 탄소순환은 지구가 온난화될 때뿐만이 아니라 한랭화될 때에도 기온이 극도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온도조절기의 기능을 한다.

이보다 빠른 탄소순환도 있다.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조절한다. 식물은 산소를 생산하며 이는 토양 박테리아와 곰팡이 같은 모든 분해자의 전제 조건이 된다. 분해자들은 산소를 소비하여 죽은 생물을 분해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것이 다시 식물의 탄소동화작용 재료가 되어 끊임없이 순환한다. 또한 죽은 동식물 안에 들어 있던 탄소는 산소가 없는 깊은 땅속에 묻혀 오랜 시간이 지나서 석유와 석탄이 되기도 한다.

생명체는 지구 평균기온이 10~30도 범위에 머무는 제3의 평형(상태 3)을 만들어냈다. 제3의 평형 상태는 탄소 순환과 물 순환을 통해 생명체를 매개로 한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생명체는 탄산칼슘 형성, 광합성과 호흡으로 이 과정에 참여한다.

제3의 평형 상태는 빙기와 간빙기, 화산 활동, 대륙 이동, 운석 충돌 등으로 인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유지되었다. 그러나 각 생명체는 제3의 평형 상태 안 특정 기후 범위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지난 5억4천만 동안 5번의 대멸종이 일어났고 이 대부분에는 기후변화가 작용했다. 지구상에 등장한 생명체 중 99%가 멸종했다. 제3의 평형 상태에서도 생존보다 멸종이 더 본질적이다.

270만년 전부터 빙기와 빙기 사이에 간빙기가 나타나는 주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빙기에는 지금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5도 정도 더 차가웠다. 이 빙하기에 인류가 진화하였고 약 1만년 전부터 시작된 안정한 기후인 간빙기(홀로세)에서 문명을 이루어 내었다. 그러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더 높은 기후에서 인류는 생존해본 경험이 없다.

산업화 이전까지 탄소순환이 평형을 이뤄 280ppm 정도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해왔다. 지난 수억 년 동안 땅속에 가두어져 있던 햇빛 에너지인 석탄과 석유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태우고 나면 이산화탄소가 되어 대기로 배출된다. 석회석도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문제는 탄소 순환에 인간이 관여하기 시작해 이미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자연이 탄소를 땅속에 묻는 속도보다 100만배 빠른 속도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탄소 순환은 통상 수백만 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났는데 이제는 한 사람이 나고 죽는 사이에 일어난다. 곧 지질 시간 단위와 인간 시간 단위의 경계가 지워졌다. 인간에 의한 탄소배출은 자연적인 탄소순환이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지구 가열속도가 빨라져 생태계가 망가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마치 젠가 게임의 벽돌 빼내기처럼 생태계에서 약한 생명체가 빠져나가고 있다. 아직 생태계가 유지되므로 인류에게는 별일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금 생태계는 듬성듬성 쌓여 있는 젠가와도 같다. 어느 벽돌 하나를 빼내는 순간 젠가 기둥 전체가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어느 생명체가 멸종되는 순간 전체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

빅터 고쉬코프는 제3의 평형 상태가 절대적인 불변성이 아니라 물리∙생물학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따른 특수한 상황일 뿐임을 이론적으로 밝혔다. 생태계는 좁은 범위의 불안정한 기후 조건에 놓여 있으며 이 상태는 건강한 생물권에 의해서만 생성되고 유지될 수 있다. 생명체가 줄어들면 그만큼 더 탄소 순환의 회복력이 늦어진다. 숲과 해양 생태계의 파괴는 자연의 탄소 흡수 능력을 떨어뜨려 기후위기를 더 가속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약 20도 이내의 범위 안에 머물렀던 지구 평균기온 변동이 그 범위를 벗어나 극단적인 안정 상태인 영하 90도나 영상 310도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물리적 장벽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알지 못한다.

인간은 탄소 순환을 바꿔 기후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만, 기후변화를 통제할 수 없다. 앞으로 지구는 인간 역사를 위한 배경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오히려 지구가 인류 문명에 예측할 수 없는 파괴적인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지구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ᅠ문제는 우리가 지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구해야 한다.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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