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엑스의 역대 최강 로켓 스타십이 18일 아침(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발사장에서 2번째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일론 머스크의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 중인 역대 최강 우주발사체 ‘스타십’이 2차 시험발사에서도 궤도 비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 4월
1차 시험발사 때엔 이루지 못했던 2단 로켓 분리에는 성공해 진일보한 성과를 거뒀다.
스페이스엑스는 18일 오전 7시3분(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 남부 보카 치카해변의 자체 우주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높이 120m의 2단 발사체 스타십을 발사했다.
스타십은 이륙 약 3분 뒤 고도 76㎞ 지점에서 1단 발사체 분리에 성공했다. 그러나 분리된 슈퍼헤비는 약 30초 후 멕시코만 상공에서 공중폭발하고 말았다. 이 폭발은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이어 2단 발사체 스타십도 고도 148㎞ 부근에서 교신이 두절되자 스페이스엑스는 추락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륙 8분 후 스타십 공중폭발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이륙 후 고도를 높이고 있는 스타십. 이번 비행에선 1단 발사체 슈퍼헤비에 탑재된 33개의 엔진이 모두 정상 작동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엔진 33개 모두 성공적으로 작동
이번 시험비행은 고도 240㎞의 궤도에 오른 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90분 후 하와이 인근 태평양 해상에 착수하는 것이 목표였다.
궤도비행엔 실패했지만 4월 1차 발사때에 비하면 비행시간은 2배, 비행고도는 3배 이상 늘어났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날 발사체 분리에서 ‘핫 스테이지 분리 시스템’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1단과 2단 발사체가 분리된 후 2단 엔진을 켜는 것이 아니라, 1단이 분리되기 전에 2단 엔진을 가동시켜 1단을 밀어내는 방식이다.
스페이스엑스는 “1차 발사 때엔 엔진 몇개가 작동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엔진 33개가 성공적으로 작동해 1-2단 분리까지 해냈다”며 “오늘 시험발사는 스타십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단 슈퍼헤비와 2단 스타십이 분리되는 장면.
재사용 가능한 역대 최강 우주발사체
스타십은 ‘슈퍼헤비’로 불리는 로켓(1단)과 우주선을 겸하는 ‘스타십’(2단)으로 이뤄져 있다. 로켓(70미터)과 우주선(50미터)을 합친 높이가 120m로 40층 건물 높이에 해당한다.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새턴5 로켓보다 9m가 더 높다. 1단과 2단을 모두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으나 시험비행에서 재사용을 위한 해상 바지선 회수 프로그램을 가동하지는 않았다.
엔진 수는 1단 슈퍼헤비에 33개, 2단 스타십에 6개를 합쳐 모두 39개다. 이는 현재 이 회사의 주력 로켓인 팰컨9의 4배다. 연료를 모두 주입한 스타십의 총 중량은 4900톤(건조중량 300톤)이나 된다.
추력은 7500톤으로 최대 150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나사가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위해 개발한 에스엘에스(SLS)의 거의 두배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날 발사 10초 전부터 발사대 아래쪽에 설치한 물 분사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는 발사대와 주변 시설을 엔진 가동으로 인한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4월 첫번째 시험발사에서는 슈퍼헤비의 랩터엔진 33개 엔진의 폭발력으로 발사대 아래에 큰 구덩이가 생기면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하늘 높이 올라가 주변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머스크는 지난 6월 첫번째 발사 실패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스타십과 슈퍼헤비에 1000개가 넘는 사항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미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의 발사장에서 대기 중인 스타십. 스페이스엑스 제공
2025년 달 착륙선으로 쓰일 예정
스타십은 2025년으로 예정된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아르테미스 3호의 달 착륙선으로 쓰일 예정이다.
나사의 탐사 시스템 개발 담당 부국장 짐 프리는 시험발사가 종료된 뒤 엑스(X)에 “각각의 시험발사는 아르테미스 3호 스타십 착륙선으로 최초의 여성을 달에 착륙시키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는 걸 뜻한다”며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다음 이정표에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스페이스엑스는 2028년으로 예정된 두번째 유인 착륙에서도 스타십 착륙선을 제공하기로 나사와 계약을 맺었다.
나사는 2029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세번째 유인 달 착륙에서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의 달 착륙선을 사용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