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화성 여행의 꿈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역대 최강의 발사체 일체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의 첫 궤도 시험비행은 실패로 끝났다.
스페이스엑스는 20일 오전 8시33분(한국시각 오후 10시33분) 미국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스타십을 발사했으나 이륙 4분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륙 1분 후 압력이 최대치에 이르는 맥스큐 구간까진 성공적으로 통과했으나, 이후 엔진 중 일부가 꺼지면서 경로를 이탈한 데 이어 이륙 3분 후 슈퍼헤비 로켓(1단)과 스타십(2단)의 분리도 이뤄지지 못했다. 스타십의 공중폭발은 추락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비행종료시스템(FTS)에 따른 것이었다. 이날 비행의 최고 고도는 39km였다.
예정대로라면 스타십은 고도 235km까지 상승한 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90분 후 하와이 인근 바다에 도착해야 했다.
스타십이 이륙 4분 후 고도 29km 상공에서 폭발하는 장면. 웹방송 갈무리
머스크는 몇달 후 다시 시험비행을 시도할 뜻을 밝혔다. 앞서 그는 이날 비행의 성공 확률을 50%로, 올해 안에 성공할 확률을 80%로 예상한 바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트위터를 통해 “이런 테스트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이 성공을 낳고, 오늘의 시험은 스타십의 안정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며 “우리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음 시험 비행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몇달 후 있을 다음 시험 발사를 위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빌 넬슨 미국항공우주국(나사)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역사를 통틀어 모든 위대한 업적에는 어느 정도 계산된 위험이 필요했다. 큰 위험에는 큰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메카질라라는 이름의 발사대에 서 있는 스타십. 슈퍼헤비 부스터와 스타십 우주선을 합쳐 높이가 120m에 이른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스타십은 ‘슈퍼헤비’로 불리는 로켓 (1단) 과 우주선을 겸하는 ‘스타십’ (2단) 으로 이뤄져 있다. 로켓(70미터)과 우주선(50미터)을 합친 높이가 120m로 40층 건물 높이에 해당한다.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새턴5 로켓보다 9m가 더 높다. 이날 비행은 스타십의 첫 완전체 비행이자 첫 우주비행이다.
스타십에 탑재되는 엔진 수는 로켓 33개, 우주선 6개를 합쳐 모두 39개다. 1단 9개와 2단 1개를 합쳐 10개의 엔진을 사용하는 팰컨9의 4배다. 연료를 모두 주입한 스타십의 총 중량은 4900톤(건조중량 300톤)이나 된다.
추력은 7500톤으로 최대 150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나사가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위해 개발한 에스엘에스(SLS)의 거의 두배다.
33개의 엔진이 장착된 슈퍼헤비 로켓. 스페이스엑스 제공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이르면 2025년 시도할 아르테미스 3호 임무에서 스타십을 달 착륙선으로 쓰기로 하고 30억달러에 스페이스엑스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머스크는 자신이 스타십을 개발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화성에 자급자족하는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최대 1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스타십을 이용해 화성에 10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그가 밝힌 청사진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인터넷 군집위성 스타링크2.0도 스타십을 통해 발사할 예정이다. 그는 또 스타십을 이용해 지구 어디든지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로켓여행 구상도 내놓은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