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한정(왼쪽)·우상호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개별적으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관련 위법 의혹이 있다고 판단한 더불어민주당의 12명 의원들은 8일 당의 전격적인 ‘탈당 권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결백을 입증한 뒤 복당하겠다’는 수용 의견과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탈당은 부당하다’는 강한 반발이 엇갈렸다.
이날 공개된 의원 12명의 법 위반 유형은 크게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3명)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4명) △농지법 위반 의혹(5명) 3가지로 나뉜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자청하거나 반박자료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소명했다.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배우자가 남양주 왕숙 새도시에서 10㎞ 떨어진 토지를 구입했지만 당시는 이미 새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2018년 12월)된 뒤라는 점을 강조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권익위로부터 한 건의 소명 요구도 받은 적이 없다. 스스로 조사권이 없다는 권익위가 무슨 근거로 투기의혹자로 제출했는지 묻고 싶다”며 “부당한 인권침해를 당했다. 당의 조처를 철회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정)은 경기도의원 시절인 2015년 부천 지역 개발계획 관련 정보를 입수한 뒤 지인과 토지·건물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 의원은 “지인과 함께 땅을 매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연관성도 없고, 더욱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던 저를 문제가 있는 것처럼 치부하고 있다”며 반발했지만 “경찰 조사 발표를 통해 꼭 진실을 밝히고 다시 당원과 국민 여러분 앞에 서겠다”고 밝혔다. 임종성 의원(경기 광주을)은 지인과 친인척 등이 경기 광주 고산2택지지구 토지를 공동 매입했는데, 그로부터 한달 뒤 광주시가 고산2지구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고시하면서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 의원은 이에 대해 “저의 누님 등 지인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선 이미 언론에 보도될 때 저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면서도 일단 지도부 뜻에 따라 탈당하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바로 당으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권익위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있다고 본 의원 4명(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 중 김회재 의원(전남 여수을)은 “사실관계가 틀렸다”며 적극 반박했다. 올해 서울 잠실동 아파트를 23억원에 팔았고 매매등기를 먼저 한 뒤 두 달 뒤 잔금을 받았는데 이를 권익위가 명의신탁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당이 소명 절차 없이 탈당을 권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탈당 권유를 철회해달라”고 했다. 김주영 의원(경기 김포갑)은 아버지가 경기 화성군 소재 토지를 구입하고 자신이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본인 명의의 오피스텔을 장모한테 매도하는 과정에서 명의신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부친 소유 농지 매도 대금으로 해당 토지(경기 화성군 소재)를 구입한 것 뿐”이라며 “해당 토지는 개발 예정지도 아니며 향후 어떤 개발 정보도 없는 곳“이라고 해명했다. 2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오피스텔을 장모가 매수했다며 “어떤 불법·탈법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탈당 권유는 가혹하다”고 했지만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당에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혹을 해소하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갑)도 “억울한 마음이지만 당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지난 3월 충남 예산 지역 농지를 형이 대표를 맡고 있는 영농법인에 매도한 것은 명의신탁이 아니라 “시세대로 매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미향 의원(비례)은 “시어머니 홀로 거주할 (경남) 함양의 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집안 사정상 남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게 됐다”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 회의에서 ‘사안이 경미해 선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던 농지법 위반 의혹 사례에 대해서도 해당 의원들은 적극적인 소명에 나섰다. 우상호 의원(서울 서대문갑)은 2013년 경기 포천 농지를 매입할 당시 토지 용도는 밭이었지만 시청의 안내에 따라 가매장 뒤 묘지조성 허가를 받았고 그 뒤 해당 토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당 차원의 탈당 권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영훈 의원(제주 제주을)은 2017년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제주도 서귀포시 땅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2016년 국회의원 당선 뒤 의정활동과 병행하기 어려워 임대를 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오 의원은 “농지법 관련 사실관계 확인 없이 (당이) 일방적 조치를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혹 소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의원(비례)은 “어머니가 (기획부동산) 사기를 당해 매입한 토지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탈당 권고 처분을 받은 것은 부당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김수흥 의원(전북 익산갑)은 농지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지만 일단 “당 지도부의 결정을 존중한다. 소명 뒤 복당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2016년 9월 아버지로부터 받은 전북 군산시 농지를 동생 부부한테 위탁했고 이들이 농사를 지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2017년 부인이 지인의 권유로 10평짜리 땅을 샀는데 알고 보니 농지였다”며 “문제가 없으면 조기 복당할 수 있다고 하니 일단 탈당 권유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노지원 송채경화 서영지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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