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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폐허’가 된 한국당, 친박·냉전세력 결별 없인 쇄신 없다

등록 2018-06-17 21:19수정 2018-06-18 09:34

한국당 진로 가늠할 3가지 포인트

① 인적쇄신 성공할까
“중진은퇴” 외친 정종섭 친박 핵심
청산 대상이 인적쇄신 요구 기현상

② 리더십 재구축 어떻게
비대위 ‘구원투수’ 영입 가능성
김병준 등 거론…수락 미지수

③ ‘새보수’ 거듭날까
민생정당 전환 예고했지만
반공냉전 안보관은 그대로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6·13 지방선거 참패로 ‘폐허’가 된 자유한국당이 ‘재건’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15일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국민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당 쇄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홍준표 체제 퇴진’이라는 단순한 지도부 교체 정도로는 무너져내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강력한 인적쇄신과 새로운 보수상 정립 등이 자유한국당의 과제로 남았다.

■ 실패했던 인적쇄신, 이번에는 성공할까 당 안팎에선 자유한국당의 당면 과제로 ‘친박’ 등의 인적 청산을 꼽는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맞은 상황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당명만 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바꿨을 뿐, 책임을 묻는 데는 실패했다. 탄핵 뒤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은 당시 자신의 탈당을 요구하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탈당 강요’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지막 막말”이라며,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라고 토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자유한국당 안에서는 오히려 청산 대상으로 지목되는 인사들이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김순례, 김성태(비례), 성일종, 이은권 등 초선의원들과 함께 “중진 의원 정계은퇴”를 요구한 정종섭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진박’(진실한 친박)으로 공천받은 친박 핵심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그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행동을 같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진박 인증샷’을 올려 화제를 낳기도 했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그를 겨냥해 “홍준표 대표의 막말에 버금가는 자한당(자유한국당) 궤멸의 진짜 책임자들”이라며 “친박 초선부터 친박 중진을 껴안고 같이 사라져달라”고 비꼬았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당 쇄신 작업에 나섰다. 휴일인 17일 국회 안 자유한국당 회의실이 적막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당 쇄신 작업에 나섰다. 휴일인 17일 국회 안 자유한국당 회의실이 적막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 새로운 리더십 세울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 비상의원총회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대신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뜻을 모았다. 당 지도부를 뽑는 것보다 당의 체질을 근본부터 바꾸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쇄신작업을 진행했지만,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혁신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외부 인사가 ‘구원투수’로 영입될 가능성이 높다.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으로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본인이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영입설도 나오지만 ‘도로친박당’을 자인하는 꼴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외부 인사가 당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다.

차기 당 대표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정우택·정진석·나경원 의원 등이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일각에선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재건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그가 일종의 ‘보수 빅텐트’를 친 뒤, 현재 바른미래당에 속해 있는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을 영입하는 등 새판짜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 새로운 보수상 만들 수 있을까 자유한국당이 친박 인사들을 일부 쳐내고, 지도부를 단순 교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보수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조언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한 것은 반공·냉전주의에 관성적으로 기대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 열망을 정면으로 거슬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5일 의총에서 “앞으로 처절한 진정성으로 당의 쇄신과 변화, 혁신을 이끌고 ‘경제중심정당’으로서 거듭 태어나겠다”고 밝혔지만, 안보관에 대한 변화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당 안에서도 논쟁적인 주제다. 다만 이날 의총에선 “국민들이 생각하는 안보관이 이미 바뀌었는데, 이를 읽지 못했다” 등의 자성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자유한국당도 한반도 평화체제로 변하는 시대적 흐름을 인정하고 평화지향적인 자기 나름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당내에서 치열한 토론 및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적쇄신 역시 단순한 ‘친박 청산’을 넘어 극우·냉전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과거의 냉전·반공 보수에서 탈피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새로운 당을 만드는 수준의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2020년 총선 역시 이번 지방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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