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3월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기본권에 대해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임명 17일 만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청와대 민정·인사라인의 ‘부실검증’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김 전 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국외출장’, ‘임기 말 거액 후원’ 등에 대해 국회의 ‘관행’을 언급하며 감싸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검증을 위임하는 등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청와대 정무판단 ‘빨간불’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17일 청와대가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지난달 12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은행 채용청탁 의혹으로 사임하면서 후임으로 지난달 30일 임명됐다. “개혁성과 금융전문성을 갖춘 금융적임자”(청와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외유성 출장’ 비판과 의원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에 의원 임기 만료 직전 5천만원을 후원한 이른바 ‘후원금 땡처리’ 논란 등이 이어졌다. 시민운동가 출신이자 공직자들의 청렴을 강조하며 청탁금지법을 추진한 당사자인 김 전 원장의 ‘이중적’ 모습을 두고 비판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정무적 판단 대신 법률적 판단을 택했다. 청와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반 국회의원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역공을 펼쳤다. 19·20대 국회의원들의 국외 출장 사례를 표본조사해 “민주당 65차례, 자유한국당 94차례”라는 결과를 공개했고, “(김 원장이) 일반적인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감각을 밑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자체 검증에 나서는 대신 주요 쟁점을 중앙선관위에 판단하도록 했고, 결국 김 전 원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국민 ‘눈높이’가 아닌 법률 판단에 의존하면서, ‘특권’을 지적하는 민심과 맞선 형국이 된 것이다. 여당에서도 ‘외유성 출장’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난 5일 이후, 10여일 동안 청와대가 김 전 원장 건에 지나치게 앞장서며 일을 꼬이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의 선관위 유권해석 의뢰 등에 대해 “청와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서 문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 부실 인사검증 논란 재연
청와대의 공직 임명은 인사수석실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공직 수행에 문제가 없는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거쳐 확정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 전 원장이 8번째 낙마 사례로 기록되면서, 검증 담당자인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론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전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관위의 위법 결정이 나온 뒤 김 원장의 낙마 사유가 된 “후원금이나 해외 출장은 검증할 때 내용 자체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17일, 청와대 검증 서류인 ‘고위공직자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에 “공금을 개인 명의 기부금으로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항목이 있다며 김 전 원장의 5천만원 ‘셀프 기부’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 전 원장 논란이 불거지자 이례적인 재검증에 나섰지만, 2년 전 선관위의 후원금 유권해석은 살피지 않았다. 또 여전히 피감기관 지원 출장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수석에 대해 “직무유기와 부실검증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도 “민정·인사·경제 모두 청와대를 물갈이하지 않으면 이 정부는 결국 불행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청와대는 김 원장 임명부터 감싸기까지 줄곧 국민의 여론과 동떨어진 태도를 보여 왔다”(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 “반복된 인사 실패에 대한 청와대 인사라인의 철저한 정비가 필요하다”(이정미 정의당 대표)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쇄신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좋은미래) 후원금 문제는 김 전 원장이 2016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유권해석을 받고 매듭지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민정 쪽에서도 보지 않았던 것”이라고 감쌌다. ‘문 대통령이 오늘내일 중으로 정치적인 판단을 할 여지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없다”고 일축했다. 청와대 참모에 대한 문책은 없다는 얘기다.
김태규 성연철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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