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 앞에 차려진 천막 ‘헌정 수호 투쟁 본부’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며 밤샘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원 댓글 공작 의혹을 ‘여론조작 게이트’로 규정하는 한편, 김기식 전 금감원장 인사 논란 등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이번 ‘투쟁 정국’을 선언했다. 천막농성을 통해 여론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는 한편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심판론’에 무게를 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9시께 자유한국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 앞에 흰 천막을 치고 ‘자유한국당 헌정수호발대식’ 행사를 치렀다. 천막 뒤편에는 대형 태극기가 설치됐다. 천막본부에서 이날 오전 댓글 공작 의혹을 규탄하는 의원총회도 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은 오늘 대한민국 헌정 수호의 투쟁을 선언한다”며 “국민과 함께 가열차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댓글조작, 뒤에서 호박씨 까는 황제갑질을 끝장내고, 혹세무민하는 관제개헌, 나라 곳간 거덜내는 포퓰리즘을 막아낼 것”이라며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으로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국정운영을 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국정원 댓글 수사하듯 댓글공작 수사하라” “입법부에 공갈협박 권력남용 중단하라” 등 구호가 쓰인 손피켓을 들고 계단에 앉아 민주당원 댓글조작 의혹을 규탄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농성을 통해 김기식 전 금감원장과 김경수 의원에 대한 ‘쌍끌이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논란을 두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 관련 책임자 경질 등도 요구했다.
17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 앞에 천막본부를 차린 뒤 계단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원들이 총회 직전 청와대와 민주당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정유경 기자
앞으로 의원들은 지역별로 조를 짜 번갈아 국회 안의 천막을 지키며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철야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오전 8시께 교대하고, 정장에 준하는 차림으로 현장을 지킨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번 천막 투쟁을 언제까지 이어갈 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당초 자유한국당은 4월 셋째주 무렵부터 대통령 개헌안 저지를 위한 장외투쟁을 예고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천막 농성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개헌정책 실체를 말한다> 시국강연회에서 “당초 장외투쟁을 하려 했으나, 민주당이 선관위에 질의해 ‘장외투쟁은 국민투표법 위반’이라고 막았다”며 “그래서 장내 집회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국민투표법상) 국민투표가 공고가 되어야 장외투쟁을 할 수 있다며 막더라. 과거 우리 야당이라면 실정법 위반임에도 장외집회를 해야하는데 지금 세월이 많이 변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을 ‘사회주의 개헌’으로 규정한 가운데 체제 투쟁의 상징으로서 ‘천막 농성’을 구심점으로 전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원 댓글공작 의혹, 김기식 전 금감원장 논란 등 여러 현안으로 흩어지기 쉬운 대여 공세를 결과적으로 체제로 인한 문제로 환원시켜, 6월 지방 선거 때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시국강연회에서 “이 정권이 민노총, 전교조, 참여연대, 주사파, 좌파 연합정권을 이뤄 정부 요직 곳곳을 독차지하고 이 나라 체제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는 전쟁”이라며 “바로잡을 마지막 수단은 선거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을 동원해 6월13일 투표장으로 나가자”고 독려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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