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용산구의 ‘국방권익연구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계룡대 근무지원단 비리 내부고발 당사자인 김영수 소장.
“군납비리와 그 외 비리를 묵살하고 은폐한 당사자들은 어떻게 되었으며,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현 정부의 국방개혁과 반부패정책의 주체자로서 행세하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 소장(전 해군 소령)이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한창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때다.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1일 청와대는 송 후보자를 장관에 내정했다. 하루 뒤인 12일 <한겨레>가 김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계룡대 근무지원단과 자신이 속한 해군 내부 비리를 샅샅이 캐 안팎에 알린 내부 고발자다. 이 사건 수사로 비품 고가납품, 수의계약 입찰로 인한 국고 손해와 공사 입찰과 진급 관련 뇌물수수, 비자금 운용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당 방산개혁 관련 당직을 맡는 그가 22일 마침내 입을 뗐다. 그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송 후보자와 그 주변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가 수년 동안 매달리며 밝혔던 계룡대 비리사건 연루자들이 새 정부의 국방개혁 주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송 후보자는 지명 다음날인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계룡대 비리 사건에 “저하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이 사건 중 해군 관련 사항은 해군본부 수사단 수사과에서 수사를 진행했고, 2007년 8월 송 후보자(당시 해군참모총장)가 그 결과를 보고받아 ‘법무실에 이첩하여 행정조치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수사’가 아닌 ‘행정조치’ 지시를 내린 데 대해 그는 “행정조치라는 용어 뜻을 정확히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역시 김 소장의 기억과 다르다. 그는 “당시 해군 법무실 내부에서 ‘군검찰이 수사해야 하는데, 송 총장이 못 하게 한다’면서 나에게 ‘국방부에 직접 고소하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추가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은폐된 상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이 사건을 최종적으로 재수사해 2009년 12월 작성한 ‘조사결과 보고’에도 해군 법무실이 ‘온정적 처리’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소장이 과거의 군납비리 사건을 다시 꺼낸 것은 송 후보자의 ‘잘못된 명령’만을 지적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그는 ‘국방 개혁’ 적임자라 일컬어지는 송 후보자 주변 인물들이 사실 개혁과 거리가 먼 ‘비리 카르텔’의 당사자들이라고 말한다. 그가 제공한 민주당 대선 캠프 소속 국방안보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위원 명단 중 3명이 당시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과 겹친다. 이들은 2009년 12월 작성된 국방부 보고서에도 군납비리 등에 가담한 인물로 등장한다. 김 소장은 일부 기소까지 된 이들이 현재 송 후보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과거 내부 비리를 송 후보자가 덮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비리 당사자들이 송 후보자와 민주당 주변에 머물면서 또 다른 비리 카르텔을 형성하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에 송 후보자 쪽은 “3명 중 2명은 (본인이) 국방안보특위에 추천한 게 맞고, 1명은 추천하지 않은 거 같다. 당시 대선 때라 한명이라도 더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법적인 하자가 있는 것을 몰랐다. 대선 뒤 이들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앞으로 (장관이 되면) 원칙대로 공정하게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문제의식은 더욱 근본적이다. “군납비리 사건을 과거의 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송 후보자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어디 출신이고,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무슨 이권에 관련되어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핵심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국방부 장관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의 리스트를 작성해 달라는 사람이 있다. 낙하산으로 취직할 수 있는 곳을 찾느라 바빠서다. 이렇게 또 다른 카르텔이 형성되는 것이다.”
글·사진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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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2009년 말 계룡대 근무지원단 납품비리 사건을 재조사해 그해 12월 내놓은 ‘조사결과 보고’. 이 보고에는 비자금으로 보이는 불법자금 조성관리 의혹이 정리되어 있는 도표가 기재되어 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 소장은 사진 중 빨간색 네모로 표시된 인물 3명이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캠프에서 부위원장·위원 등으로 송 후보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