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서훈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앞서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동구·김준환·김상균 임명
“역대 정권들이 정보기관 개혁을 강조한 이래 국정원장과 1·2·3차장 모두 국정원 출신들로만 구성된 적은 없었다.”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훈 국가정보원장 임명과 함께 1차장(대북·해외정보), 2차장(국내정보), 3차장(과학정보)에 모두 국정원 출신들로 임명하자 국정원 안팎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개혁 직할 체제’를 만들었다는 호평과 ‘순혈 국정원맨들만의 찔끔 개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1차장에 임명된 서동구(62) 주파키스탄 대사는 국정원 해외정보 파트에서 오래 활동했다. 서울 출생으로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주토론토 영사, 주시카고 영사, 주유엔 공사, 주미국 공사 등 북미지역 재외공관에 주로 근무했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2014~2015)을 거쳐 지난해 5월 주파키스탄 대사가 됐다. 이날 퇴임한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함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활동을 다룬 논픽션 <기드온의 스파이>를 번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대수술’을 공약한 국내정보 파트를 관장하는 2차장에는 김준환(55) 전 국정원 인천지부장이 임명됐다. 대전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 34회다. 국내정보 분석 전문가로 국정원 내부에서도 신망이 두텁다고 한다. 국내정보 수집 활동이 일부 축소될 경우 대공수사와 대테러 업무를 주로 맡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인천시장으로 있을 때 인천지부장으로 친분이 있다고 한다.
국가 차원의 사이버보안 등을 담당하는 3차장에는 김상균(55) 전 국정원 대북전략부서 처장이 임명됐다. 부산 출생으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에 만들어진 대부분의 합의서 문구를 작성하는 등 대북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추진했던 서훈 원장과도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다고 한다.
과거 국정원장이나 국내파트 차장에는 정치인이나 검찰·군·경찰 등 외부인사가 임명되는 경우가 잦았다. “정치 관여 행위를 근절하고 순수 정보기관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정치권이나 사정기관 등과 얽힐 수 있는 인사들을 국정원에서 원천 배제하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참여정부 초반 국정원 개혁 작업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워낙 정보기관을 잘 아는 자기 식구들로만 구성되면 개혁 마인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적어도 국정원 인사와 예산 등을 관장하며 개혁의 실무를 맡을 기획조정실장은 외부인사로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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