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국정자문회의 2차 전체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년 6월 지방선거 뒤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에 대한 ‘포괄적 증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민·관이 참여해 증세 방안을 구상하는 전문위원회를 청와대에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또 법인세와 소득세 명목 최고세율을 올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0일 국정기획위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국정기획위는 포괄적 증세 방안을 수립하는 전문위원회 설치를 다음달 말께 발표할 ‘국정 5개년 계획’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위원회는 기획재정부나 국세청 등 세정 당국이나 국책연구원외에도 조세·재정 분야 민간 전문가나 납세자 단체도 참여시키는 민관 합동 위원회 형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가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에 대해 포괄적 증세가 필요하다고 본 이유는 현재 공약집에 제시된 재원 조달 계획만으로는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이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약집을 보면,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모두 170조5천억원이며, 이중 세출 구조조정 등 재정 개혁으로 조달하는 규모는 105조원에 이른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재정 개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증세라는 정공법을 통해 최소 20조~30조원 정도 세수를 추가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에 대한 납부 방식 변경이나 대주주는 물론 개인투자자에도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괄적 증세에는 연봉 5000만~8000만원 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 중산층이라는 것이 고려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또한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공약도 당장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정 지지율이 높은 집권 초기엔 상대적으로 조세 저항이 적은 데다 임기 내 세율 인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올해가 ‘명목세율 인상’의 적기라는 것이다. 통상 세법을 개정하면 세수 효과는 2년 뒤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에는 비과세·감면을 줄여 실효세율을 먼저 올린 뒤 명목세율에 손을 대는 쪽으로 세제 개편 방향을 설명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재원 확보를 위해 증세 쪽에 무게를 두는 배경 중 하나는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쪽 핵심 관계자는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나라에 견줘 낮다는 이유로, 국가채무를 늘려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으나 채무는 규모보다는 (증가) 속도가 더 문제”라며 “확장적 재정운용을 하더라도 중기적 재정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에서 다수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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