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우 대표, 윤후덕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간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야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29일)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6월2일) 등 연이어 예정된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 국정의 첫 단추인 인사 문제에서 야당과 갈등을 빚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언해온 ‘협력정치’(협치)가 시작부터 벽에 부닥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8일 전병헌 정무수석이 야당 원내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여는 등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국회와의 공식 소통 채널인 청와대 정무라인은 주말 내내 분주하게 움직였다. 27일 한병도 정무비서관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들과 연락해 면담 일정을 잡은 데 이어, 전병헌 정무수석도 28일 오후 청와대 워크숍 도중 국회를 찾아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 야당 원내지도부를 잇따라 만났다.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위장전입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어긴 데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등 청와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수석은 29일 국회에서 열리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간 정례 회동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은 야당 원내대표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29일 정례회동엔 정의용 안보실장과 함께 5개국 특사 방문 결과를 설명한 뒤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와 앞으로의 인사청문회 진행에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워크숍에선 위장전입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직인사 검증 기준과 관련해 더욱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밝힌) 몇 가지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많은 부분이 해당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부동산 투기 등을 위한 위장전입’과 ‘어쩔 수 없는 위장전입’을 구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주민등록법 위반 사안이라면 위장전입이란 정치적 용어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사회적으로 기준안을 새로 마련해보자는 취지”라며 문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임명 기준 5대 원칙’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애초 예정했던 인사 발표도 미뤄지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5일 장관 일부와 차관급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미 지명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검증 기준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후속 인사도 늦춰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야당이 요구하는 ‘대통령 직접 사과’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임기 초 인사 문제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할 경우, 비슷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이 나서라는 압박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수위도 없이 출발한 정부의 특수성과 한계를 감안해달라는 얘기다. 국민 여론 역시 아직은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법조인 출신답게 사안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이번 인사 문제는 책임지고 사과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 쪽에선 다만 정치권이 아닌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여권에선 29일 오후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의 인사 논란과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 형식의 대통령 발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세영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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