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민심 FGD ① 광주시민 8명 심층좌담
1년 전,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완패했다. 문재인과 결별한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에 호남은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특히 광주는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지역구 8석을 모두 몰아줬고,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에서도 53.34%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대선을 50일 앞둔 지금, 호남의 민심 지형도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도는 19.8%에 불과한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57.5%였다. 인물 지지도에서도, 문재인은 43.5%를 얻었으나 안철수는 16.1%밖에 받지 못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는 해소된 것일까, 아니면 민주당의 상승세와 문재인 대세론에 가려 일시적으로 위축된 것일까? 한때 ‘분’에 못 이겨 국민의당으로 떠났던 마음이 민주당으로 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안희정·이재명 등 민주당의 다른 ‘대안’에 이끌려 민주당에 잠시 마음을 준 것일까? 안희정·이재명은 얼마나 잠재력 있는 카드일까?
호남의 속내를 듣기 위해 지난 16일 저녁 광주를 찾아 시민 8명을 대상으로 표적집단심층좌담(FGD)을 실시했다. 좌담은 5·18기념재단 회의실에서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좌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가명은 지난 총선 당시 지역구·정당 투표에서 각각 선택한 정당과 현재 지지하는 대선주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참가자 8명이 지지하는 대선주자는 문재인 4명, 안철수 2명, 안희정 1명, 이재명 1명이었다.
50대 ‘홀대론’‘친문패권’ 제기
30대 “호남의 지역주의” 비판
안철수서 문재인으로 방향 튼 까닭
“어려운 시기엔 기반 있는 사람이…”
안희정 지지자 “통합·화합 적임”
이재명 지지자 “정책 좋지만…” 문재인-안철수는 세대의 골을 타고… ‘1년 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은 ‘안철수 열렬 지지자’인 국국철(58·남)씨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참석자들이 각각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자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자리에 와서 놀랐다. 적어도 국민의당 지지자가 절반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먹은 사람과 젊은 사람 차이가 이렇게 큰지 몰랐다. 이재명 시장까지 지지한다고 하니 충격 먹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세론’은 전업 주부인 국국문(46·여)씨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총선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했다가 이번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로 돌아선 그는 “어려운 시기엔 지지기반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안 전 대표는 따뜻한 이미지는 좋지만 정치적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라며 “결단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지금 우리나라가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반이 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철수 지지자는 문 전 대표를 강타했던 ‘호남 홀대론’을 제기했다. 국국철(58·남)씨는 “호남 쪽에 투자하고 인재를 등용해줄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안철수는 박원순에게 서울시장도 양보하고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에게도 양보했다. 양보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잘 실천할 것 같다. 호남의 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집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호남 홀대론’은 곧 반론에 부닥쳤다.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민민문(32·남)씨는 “어릴 때부터 호남 홀대론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서 (국국철씨의 발언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한국 전체 인구를 보면 호남보다 경상도가 많다. 인구 수에 따라 ‘인물’이 나오다 보니 (등용되는) 호남 사람 수가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민문(31·여)씨는 호남 홀대론을 ‘지역 이기주의’라고 맞받았다. 그는 “호남 홀대론 때문에 문재인 싫어한다는 분이 있다. 이런 게 지역 이기주의”라며 “나라 전체를 잘 아우를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뽑아줬는데 그 사람이 우리를 배신했다, 이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정말 인재가 없었을 수도 있고 또 일부러 배제하는 게 아니라면 정책 수행의 결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예전에 이정현이 순천에서 돈 뿌려서(예산 배정을 많이 해서) 당선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 탄핵 사태가 나니까 순천사람들은 정말 창피하다고 하더라”며 지역 이익을 위해 투표해야 한다는 논리에 적극 반박했다. ‘친문패권주의’ 또한 도마에 올랐다. 국국철(58·남)씨는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 컸다.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자기도 나중에 도와주게 돼 있다. 그러면 패권정치가 된다. 그 사람들이 어느 순간에 사당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민문(31·여)씨는 “친문 패권주의를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면 노무현은 되는데 문재인은 안 된다고 한다. 제가 봤을 때는 노무현보다 더 원칙적인 사람이 문재인”이라고 받아쳤다. ‘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는 참석자들의 세대에 따라 현저히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30~40대는 호남 홀대론에 비판적인 반면, 50대 이상은 호남에 대한 차별 해소를 중요시했다. 이는 17~18일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는 흐름이다. 문재인-안철수-홍준표(자유한국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이 맞붙는 5자 대결 때 지지하는 후보를 물었더니, 20대는 63.1%, 30대는 71.4%, 40대는 64.3%가 문 전 대표로 쏠린 반면, 안철수 지지는 각각 14.9%, 10.7%, 17.6%였다. 반면 50대에선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가 각각 53.2%, 28%로 갈리다가 60대에선 문재인 40.1%, 안철수 41.2%로 나타났다. 안희정의 ‘본선 경쟁력’, 이재명의 ‘걸어온 길’ 호평하지만…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의 설전을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얘기를 꺼냈다. 자영업자인 민민희(50·남)씨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안희정 지사가 안철수 전 대표와 본선에서 대결을 한다고 할 때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보다 지지가 더 올라가더라. 안 지사가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통합과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안 지사가 역량을 보여줄 것 같다”며 호감을 나타냈다. 그는 “공약 이행률 1위로 무난하게 도정을 이끌어 온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비해 행정 경험이 많다”며 “누구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낼 수 있는 과단성이 있는 인물로 보인다”고도 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민정이(30·남)씨는 “예전에 안철수가 새정치를 보여준다고 했지만 잘 안됐다. 지금은 당이 아니라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시장이 정책은 좋은데 좀 파격적인 게 좀 독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지지율이 낮지만 나 같은 사람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민문(32·남)씨는 “만약 기틀이 잘 마련돼 있다면 나도 이 시장을 지지할 거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민정문(49·여)씨는 “한때 이 시장을 좋아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높이 산다. 하지만 좀 불안하다”고 했다. 안철수는 ‘얼굴마담’인 듯, 문재인은 ‘측근정치’ 휘둘릴 듯… 광주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지지를 거둔 큰 이유는 ‘불안감’으로 표현됐다. 참석자들에게 호감이 가거나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라 반대로 ‘가장 불안한 후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안 전 대표를 꼽은 이가 8명 중 4명에 이르렀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2명씩 꼽았다. 통합과 안정의 이미지를 내세운 탓인지 안 지사를 불안하다고 답한 이는 없었다. 민정이(30·남)씨는 “안철수 전 대표가 꼭두각시 대통령이 될 것 같다”며 “대통령은 얼굴마담이 될 거 같다”고 했다. 민민문(32·남)씨도 “정치적 자산이 없으니 박지원 데려와서 정치한다”며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 뽑아서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고 답을 대신했다. 민민문(31·여)씨는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말의 뜻을 몰랐는데 안철수 전 대표를 보고 이제 알겠다”며 “안철수는 안 좋은 의미에서 아직 정치인이 아닌 것 같다. 되고 나면 당권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휘둘리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민정문(49·여)씨는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정치는 정치인에게”라는 말로 정리했다. 그는 “안 전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순탄하기만 했다. 밑바닥을 못 겪었다. 좋은 분이지만 한 나라를 경영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불안감은 측근들에 의한 ‘비선정치’와 ‘참여정부의 실패’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국국철(46·여)씨는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 제2인자였는데, 대통령 보좌를 잘못한 것 같다. 이분이 대통령 되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했고, 국국철(58·남)씨는 “문재인이 되면 결국 밀실 정치가 이뤄져 똑같이 탄핵사태가 올 것 같다”고까지 했다. 이재명 시장에 대해 민민희(50·남)씨는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너무 파격적인 변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의 경우엔 딱히 반감은 없는 듯했지만, 그가 주장하는 대연정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참석자 중 4명은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소연정’이 필요하다고 했고 나머지 4명은 연정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안 지사 지지자마저도 자유한국당까지 연정 파트너로 삼는 ‘대연정’엔 반대 뜻을 나타냈다.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승리하더라도 모두 ‘정권교체’라는 데엔 의견이 모아졌다. 민주당이 되면 정권교체냐는 질문에 안철수 지지자 1명만 빼곤 모두 그렇다고 했고, 국민의당이 집권을 해도 정권교체가 되느냐는 물음에 6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바른정당 등을 포함해 ‘반문재인연합’을 만드는 데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참석자 모두 개헌을 고리로 반문재인연합을 만드는 데 대해선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적폐청산과 사회통합 중 적폐청산이 더 우선이어야 한다는 데 만장일치를 봤다. 광주/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30대 “호남의 지역주의” 비판
안철수서 문재인으로 방향 튼 까닭
“어려운 시기엔 기반 있는 사람이…”
안희정 지지자 “통합·화합 적임”
이재명 지지자 “정책 좋지만…” 문재인-안철수는 세대의 골을 타고… ‘1년 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은 ‘안철수 열렬 지지자’인 국국철(58·남)씨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참석자들이 각각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자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자리에 와서 놀랐다. 적어도 국민의당 지지자가 절반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먹은 사람과 젊은 사람 차이가 이렇게 큰지 몰랐다. 이재명 시장까지 지지한다고 하니 충격 먹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세론’은 전업 주부인 국국문(46·여)씨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총선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했다가 이번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로 돌아선 그는 “어려운 시기엔 지지기반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안 전 대표는 따뜻한 이미지는 좋지만 정치적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라며 “결단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지금 우리나라가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반이 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철수 지지자는 문 전 대표를 강타했던 ‘호남 홀대론’을 제기했다. 국국철(58·남)씨는 “호남 쪽에 투자하고 인재를 등용해줄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안철수는 박원순에게 서울시장도 양보하고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에게도 양보했다. 양보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잘 실천할 것 같다. 호남의 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집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호남 홀대론’은 곧 반론에 부닥쳤다.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민민문(32·남)씨는 “어릴 때부터 호남 홀대론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서 (국국철씨의 발언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한국 전체 인구를 보면 호남보다 경상도가 많다. 인구 수에 따라 ‘인물’이 나오다 보니 (등용되는) 호남 사람 수가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민문(31·여)씨는 호남 홀대론을 ‘지역 이기주의’라고 맞받았다. 그는 “호남 홀대론 때문에 문재인 싫어한다는 분이 있다. 이런 게 지역 이기주의”라며 “나라 전체를 잘 아우를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뽑아줬는데 그 사람이 우리를 배신했다, 이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정말 인재가 없었을 수도 있고 또 일부러 배제하는 게 아니라면 정책 수행의 결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예전에 이정현이 순천에서 돈 뿌려서(예산 배정을 많이 해서) 당선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 탄핵 사태가 나니까 순천사람들은 정말 창피하다고 하더라”며 지역 이익을 위해 투표해야 한다는 논리에 적극 반박했다. ‘친문패권주의’ 또한 도마에 올랐다. 국국철(58·남)씨는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 컸다.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자기도 나중에 도와주게 돼 있다. 그러면 패권정치가 된다. 그 사람들이 어느 순간에 사당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민문(31·여)씨는 “친문 패권주의를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면 노무현은 되는데 문재인은 안 된다고 한다. 제가 봤을 때는 노무현보다 더 원칙적인 사람이 문재인”이라고 받아쳤다. ‘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는 참석자들의 세대에 따라 현저히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30~40대는 호남 홀대론에 비판적인 반면, 50대 이상은 호남에 대한 차별 해소를 중요시했다. 이는 17~18일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는 흐름이다. 문재인-안철수-홍준표(자유한국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이 맞붙는 5자 대결 때 지지하는 후보를 물었더니, 20대는 63.1%, 30대는 71.4%, 40대는 64.3%가 문 전 대표로 쏠린 반면, 안철수 지지는 각각 14.9%, 10.7%, 17.6%였다. 반면 50대에선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가 각각 53.2%, 28%로 갈리다가 60대에선 문재인 40.1%, 안철수 41.2%로 나타났다. 안희정의 ‘본선 경쟁력’, 이재명의 ‘걸어온 길’ 호평하지만…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의 설전을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얘기를 꺼냈다. 자영업자인 민민희(50·남)씨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안희정 지사가 안철수 전 대표와 본선에서 대결을 한다고 할 때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보다 지지가 더 올라가더라. 안 지사가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통합과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안 지사가 역량을 보여줄 것 같다”며 호감을 나타냈다. 그는 “공약 이행률 1위로 무난하게 도정을 이끌어 온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비해 행정 경험이 많다”며 “누구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낼 수 있는 과단성이 있는 인물로 보인다”고도 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민정이(30·남)씨는 “예전에 안철수가 새정치를 보여준다고 했지만 잘 안됐다. 지금은 당이 아니라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시장이 정책은 좋은데 좀 파격적인 게 좀 독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지지율이 낮지만 나 같은 사람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민문(32·남)씨는 “만약 기틀이 잘 마련돼 있다면 나도 이 시장을 지지할 거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민정문(49·여)씨는 “한때 이 시장을 좋아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높이 산다. 하지만 좀 불안하다”고 했다. 안철수는 ‘얼굴마담’인 듯, 문재인은 ‘측근정치’ 휘둘릴 듯… 광주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지지를 거둔 큰 이유는 ‘불안감’으로 표현됐다. 참석자들에게 호감이 가거나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라 반대로 ‘가장 불안한 후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안 전 대표를 꼽은 이가 8명 중 4명에 이르렀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2명씩 꼽았다. 통합과 안정의 이미지를 내세운 탓인지 안 지사를 불안하다고 답한 이는 없었다. 민정이(30·남)씨는 “안철수 전 대표가 꼭두각시 대통령이 될 것 같다”며 “대통령은 얼굴마담이 될 거 같다”고 했다. 민민문(32·남)씨도 “정치적 자산이 없으니 박지원 데려와서 정치한다”며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 뽑아서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고 답을 대신했다. 민민문(31·여)씨는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말의 뜻을 몰랐는데 안철수 전 대표를 보고 이제 알겠다”며 “안철수는 안 좋은 의미에서 아직 정치인이 아닌 것 같다. 되고 나면 당권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휘둘리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민정문(49·여)씨는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정치는 정치인에게”라는 말로 정리했다. 그는 “안 전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순탄하기만 했다. 밑바닥을 못 겪었다. 좋은 분이지만 한 나라를 경영하기엔 부족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불안감은 측근들에 의한 ‘비선정치’와 ‘참여정부의 실패’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국국철(46·여)씨는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 제2인자였는데, 대통령 보좌를 잘못한 것 같다. 이분이 대통령 되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했고, 국국철(58·남)씨는 “문재인이 되면 결국 밀실 정치가 이뤄져 똑같이 탄핵사태가 올 것 같다”고까지 했다. 이재명 시장에 대해 민민희(50·남)씨는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너무 파격적인 변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의 경우엔 딱히 반감은 없는 듯했지만, 그가 주장하는 대연정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참석자 중 4명은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소연정’이 필요하다고 했고 나머지 4명은 연정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안 지사 지지자마저도 자유한국당까지 연정 파트너로 삼는 ‘대연정’엔 반대 뜻을 나타냈다.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승리하더라도 모두 ‘정권교체’라는 데엔 의견이 모아졌다. 민주당이 되면 정권교체냐는 질문에 안철수 지지자 1명만 빼곤 모두 그렇다고 했고, 국민의당이 집권을 해도 정권교체가 되느냐는 물음에 6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바른정당 등을 포함해 ‘반문재인연합’을 만드는 데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참석자 모두 개헌을 고리로 반문재인연합을 만드는 데 대해선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적폐청산과 사회통합 중 적폐청산이 더 우선이어야 한다는 데 만장일치를 봤다. 광주/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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