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경남 남해군 남해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대화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설 이후 첫 전국순회 지역으로 경남을 찾았으며, 경남 방문은 지난 1월 4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남해/연합뉴스
한때 자신보다 지지율이 앞서기도 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낙마 이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여권의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진 것은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판이 크게 흔들리며 불확실성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단 문 전 대표 쪽에선 반 전 총장의 불출마가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주요한 변수라고 보진 않는다. 문 전 대표의 측근들은 한결같이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간단히 볼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보수정권에 대한 심판 여론이 강해져 ‘문재인 지지’에서 이탈하는 표심이 많지 않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 등 대선까지 남은 일정들은 확실히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불확실한 요인들이 되고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재인 대세론은 문 전 대표가 특별히 뭘 잘 했다기보다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강한 민심과 다른 후보들의 부진에 기댄 측면이 있다”며 “탄핵 이후 일 수 있는 ‘박근혜 동정론’ 등을 문 전 대표가 어떻게 극복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에게 밀리고 있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문재인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다’는 거부 정서를 동력삼아 문 전 대표와 맞서며 새롭게 부상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반 전 총장 출마 포기로 대선 구도는 ‘문재인 대 반문재인’ 양상이 강해지는 흐름이다. 야권 내에서도 ‘더 나은 정권교체’ 등을 내세워 반 전 총장에게 쏠렸던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끌어당기려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
문 전 대표 쪽은 ‘확장 전략’으로 방어벽을 치고 있다. 2일 문 전 대표 캠프에는 지난해 4·13 총선 때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하며 합류했다. 전 전 원장은 목포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제부총리를 맡은 김대중 정부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문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전 전 원장의 합류는) 국민의당보다는 민주당 쪽이, 민주당 후보 중에선 문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는 호남 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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