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돌잡이를 통해 뽑은 족자를 펼쳐 보이며 웃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튿날인 2일 “문재인의 시간은 안철수의 시간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안 전 대표 쪽은 특히 반 전 총장이 지니고 있던 중도·보수표를 흡수해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본격적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반 전 총장이 그만둔 것은 정권교체가 시대의 강력한 흐름이기 때문”이라며 “(국민의당이 40석 가까이 얻을 것이라는) 지난해 총선 예측과, 반 전 총장 불출마 예측에 이어서 한번 더 앞으로 다가올 일을 말하겠다. 이번 대선은 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저는 이 싸움에서 이길 자신 있다”고 외치자 당원들은 “옳소”라며 호응했다.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지지표를 흡수할 가능성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정치인이 가져오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안 전 대표 쪽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결국 국민들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 전 대표 사이에서 선택하게 될 것이며, 이 가운데 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중도·보수표는 자신들에게 올 것이라고 보고 이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안 전 대표 쪽 한 관계자는 “보수 후보를 찍을 유권자는 30%를 넘지 않을 것이며 나머지 70%를 두고 문재인과 안철수가 경쟁할 것인데 결국 이 가운데 25~30%의 중도 표심을 누가 가져오느냐가 관건”이라며 “중도·보수층일수록 정치 이슈보다는 국가적 비전, 정책으로 접근하는 게 더 유효하기 때문에 향후 그 방향으로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여권 빅텐트의 경선을 마친 뒤 불출마하게 되는 것이 시점으로 볼 때 가장 유리하다고 봤는데 예상보다 좀 당겨진 측면이 있다”며 “문재인에 비해 확장성이 있는 안철수에게 경쟁력있는 구도로 가고 있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오는 6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한편 연설 뒤 1박2일로 창원·부산·울산을 돌며 영남권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정책적 이슈로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데다, 문 전 대표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호남 지역 지지율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당내 호남 의원들도 아직까지 안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국민의당과 연대해 안 전 대표와 경선을 치를 경우 누구를 지지할지 묻자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손 의장을 도울 의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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