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정책 변화가 굉장히 천전히 이뤄진다. 정책 방향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낼 계기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31일 <한겨레티브이(TV)> ‘정치 토크 돌직구’(성한용·임석규 진행·http://www.hanitv.com)에 출연한 권영세 전 중국대사는 “중국과의 관계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성급한 기대를 경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2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 등 남북관계가 주요 이슈가 될 거다. 전승절 열병식에서 과거 북한 지도자들이 섰던 그 자리에 대한민국 국가원수가 서고 북한 인사는 뒷줄로 간다는 것 자체가 최근의 한중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중관계에 대해선 “핵개발, 한반도 긴장 조성 등 북한이 중국이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가면서 관계가 악화했다. 북한 체제 수립 이후 최악이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장성택 처형 당시의 중국 분위기에 대해선 “중국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중국은 우리 쪽에 정보를 물어볼 정도로 북한 사정에 어두웠다”고 전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 배치에 대해선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이 미중의 핵 균형을 흔드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반환점을 지난 박근혜 정부에 대해선 “언론에서 평가한 대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며 “박 대통령은 의미 있는 자산을 바탕으로 중요한 개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좀 부족했다”고 말했다. 원인으로는 소통 문제를 꼽았다. “언론에서 지적한 대로 문제는 역시 소통과 관련된 부분인 것 같다. 국회에서도 항상 ‘언제 보고받았나?’, ‘대면보고를 받았나?’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됐다. 모든 언론이 일치해서 지적하는 문제인 만큼, 대통령께서도 심기일전해서 노력을 더 했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노동개혁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좀 늦은 감이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노동개혁은 굉장히 어려운 거고, 정권이 힘이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어려운 문제를 뒤늦게 시작해서 아쉬움이 있다. 노동계, 야당,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굉장히 힘들게 갈 수밖에 없으니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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