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상하이에서 한·중 공동으로 개최된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해 백범 김구 흉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상하이/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뉴스분석] 전승절 방중 평가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귀국에 앞서 오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해 “평화통일을 꼭 이뤄 진정한 광복을 완성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으로 집권 후반기 외교행보가 탄력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박 대통령은 “(재개관식은) 우리 독립항쟁 유적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한·중 양국이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수많은 선열들의 고귀한 애국정신을 널리 알리고 우리 역사의 뿌리와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살아 있는 역사교육의 장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한국 외교가 미-중 대립 구도에 낀 샌드위치 신세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미국은 애초 이번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부정적이었으며, 박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서도 탐탁해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여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남북대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 등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한-중 관계를 한-미 동맹 또는 한-미 관계의 틀 안에서만 재단하려는 기존의 관성적 외교행보에 균열을 내는 ‘작은 시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한-미 동맹의 틀에서 모든 한-중 관계를 풀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특히 이는 최근 남북관계가 군사적 대결 구도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격 전환된 뒤 나온 것이어서, 남은 집권 후반기 박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더욱 주목받게 됐다.
미 부정적 시선에도 중국행 결정
한중일 정상회담 등 성과 끌어내
내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중요
“이제야 제대로 출발점 선 것”
북 고립감 해소·관계 발전도 과제 박 대통령은 이제 이번 방중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남북관계 복원과 동북아 협력과 발전 구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이제 출발점에 제대로 선 것”이라며 “앞으로 필요한 것은 구체적 결실로 맺기 위한 외교력”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기다리는 첫 대형 외교 일정은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번에 중국을 가게 된 배경을 설명하거나 변명하는 자리가 돼선 안 된다”며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을 모두 포함한 동북아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한 담론을 준비하고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간 누구 편이냐’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주변국들을 모두 끌어들일 만한 협력과 발전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중이 합의한 한-중-일 정상회담(10월말~11월초 개최 예상)은 정치·군사 등 무거운 주제보다는 경제·문화 등 비교적 연성 이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3국이 협력의 수준을 높여가기 위해선, 이번에 한-중 밀착으로 일본이 느낄 소외감을 녹여낼 대화 틀과 내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이번 3국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첫 한-일 정상회담의 징검다리라는 점에서도 기존의 대결구도가 도드라지지 않도록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다. 한반도 정세는 동북아의 전체적인 안보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8·25 합의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남북간 ‘사과냐’, ‘유감이냐’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는 등 불협화음이 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러나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에 합의하는 등 이번 합의 사안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박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성루에 시 주석과 나란히 앉은 모습은 북한에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감이 커지면 변화와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식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 변화의 지렛대로 이용하겠다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긴장 조성 반대’, ‘한반도 비핵화’ 등 일반적 원칙엔 합의했지만, 몇몇 대목에선 관점의 차이를 내보였다. 한국이 ‘조속한 통일’을 강조한 반면 중국은 ‘장래 통일’을 지지했고, 한국 발표문의 ‘통일 문제 논의’도 중국 발표문엔 빠졌다.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이다.
전재성 교수는 “정부가 후반기로 오면서 예전의 흡수통일 논의보다 기반 구축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남북간 교류협력과 신뢰의 기초를 쌓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으면서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도움을 받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상하이/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한중일 정상회담 등 성과 끌어내
내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중요
“이제야 제대로 출발점 선 것”
북 고립감 해소·관계 발전도 과제 박 대통령은 이제 이번 방중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남북관계 복원과 동북아 협력과 발전 구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이제 출발점에 제대로 선 것”이라며 “앞으로 필요한 것은 구체적 결실로 맺기 위한 외교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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