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중면의 한 대피소에 머물던 주민들이 25일 새벽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 내용이 발표된 뒤 옷가지를 챙겨 대피소를 나서고 있다. 남북 군사적 긴장 격화로 지난 20일부터 대피했던 주민들은 이날 일상으로 돌아갔다. 연천/연합뉴스
북 제의를 ‘2+2 고위급 접촉’ 격상
협상 내내 판문점과 핫라인 소통
국가안보실·수석실 밤샘대기
형식부터 내용까지 꼼꼼히 챙겨
청 “이 이상 만들기 힘들다” 만족감
홍용표 통일 “중요한 사례 될수 있어”
우호여론 바탕 주도권 강화 할듯
유리한 외교환경 조성 나서
협상 내내 판문점과 핫라인 소통
국가안보실·수석실 밤샘대기
형식부터 내용까지 꼼꼼히 챙겨
청 “이 이상 만들기 힘들다” 만족감
홍용표 통일 “중요한 사례 될수 있어”
우호여론 바탕 주도권 강화 할듯
유리한 외교환경 조성 나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된 25일, 청와대 참모들은 “남북관계에서 이 이상은 만들기 힘들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첫날 남북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데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의 시작부터 끝까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구실을 했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청와대는 세월호 침몰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같은 숱한 국가적 위기를 겪은 뒤, 사실상 이번에 처음으로 협상의 형식부터 내용까지 챙기는 컨트롤타워 노릇을 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지난 20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와의 회담을 제안해오자, 그 이튿날 파트너를 북한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격상할 것을 요구해 ‘2+2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켰다. 이어 청와대는 핵심 참모들이 협상 내내 판문점 협상장에 설치된 폐회로티브이(CCTV)를 통해 실시간 영상을 지켜보는 동시에 비화기(도청방지) 전화로 훈령을 내리는 ‘후방 지원’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실시간 영상을 계속 지켜보진 않았으나, 참모들로부터 수시로 상황을 보고받으며 필요한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협상 타결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남북관계에서도 ‘대화는 하되 도발은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강공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협상 타결에 대해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킨 결과”라고 자평한 것이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 표명’의 형식이긴 하지만 사실상 사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답변을 끌어낸 것에 대해 상당한 여론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런 강경 방침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새누리당 의원연찬회 보고에서 북한의 유감 표명에 대해 “앞으로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는 합의”라고 말해, 향후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 제재인 5·24 조치 등에 관한 대북 협상의 모델로 삼을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다른 각도에서 대북 강공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강경 보수층에서는 정부가 대북 대화 흐름으로 가는 것과 이번 합의문에 북한의 ‘명시적 사과’가 담기지 않은 점에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강경보수 지지층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성 때문에 대북 강경 대응과 안보 중시 발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에 얻은 국내외의 우호적 여론을 바탕으로 동북아 외교에서도 주도권을 강화해 나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9월3일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과 10월16일 미국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한층 여유를 갖고 북한 문제를 다룰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황준범 최혜정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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