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뒷얘기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박 4일, 총 43시간10분이었다.
25일 통일부 당국자 등에 따르면, 협상은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요구에 북한이 난색을 표하면서 처음부터 흔들렸다. 그러나 북쪽이 예전과 달리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지 않아 협상은 지루하게 이어졌다. 북쪽은 북쪽대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사활을 건 것이다. 남쪽 대표단은 “북쪽이 도발을 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며 과거 도발 사례를 언급하자, 북쪽 대표단은 “안 좋은 일을 다 들춰가지고 잘잘못을 따지면 언제 합의하겠나, 논쟁보다 어떻게 풀 것인가에 집중하자”고 맞섰다. 이에 남쪽 대표단은 남쪽이 먼저 북한을 상대로 무력도발을 한 적이 있냐고 따져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쪽은 “남한도 확성기 방송 등 적대적 행위를 하는데 왜 모든 잘못이 우리에게 있다고 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협상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비공개로 일대일 담판 등을 가지면서 24일 오전 한 걸음씩 양보해 북한이 ‘유감’을 표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발방지 보장 방안을 두고 남북이 이견을 보여 막판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2일부터 25일 새벽까지 전체회의 4차례, 별도 실무협의 10여차례 등 총 24차례의 회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평화의 집에는 시시티브이(CCTV)가 설치돼 있어 청와대와 북쪽 수뇌부는 협상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협상단은 마치 관중들 앞에서 남북 경기를 벌이는 듯한 긴장과 압박감 속에서 협상을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협상 내용을 수시로 보고받았고,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중요한 사안의 경우 판문점 북쪽 지역으로 이동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침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이승준 기자, 천안/서보미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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