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재발방지 약속이 먼저다.” (새누리당)

“선이후난(先易後難). 쉬운 일부터 먼저 풀고 어려운 일은 나중에 풀자.“(새정치민주연합)

남북한의 기동 군사력이 총동원된 상황에서 24일 사흘째 이어진 남북 최고위 접촉에서도 좀처럼 결론이 나오지 않자, 여야는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우리의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로 북에게 평화적 대화만이 최선의 방안임을 스스로 깨닫게 함으로써 앞으로 북한이 도발의 ‘도’자도 생각할 수 없도록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도록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강조한 원칙과 같은 방향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북한은 (지금까지) 도발에 대한 인정도 사과도 재발방지 약속도 없이 흐지부지 넘어가기 일쑤였다”며 “도발을 협상의 수단으로 여기는 북의 악습에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사건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추가 도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도 각각 “이번에는 사과와 재발방지의 약속을 훼손하면 안 된다”, “값싼 유화책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고 발언하는 등 모처럼 다른 지도부도 한목소리를 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양쪽의 첨예한 의견차로 좀처럼 협상 타결 진전이 보이지 않자 “쉬운 것부터 풀자”는 자세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북한은 이번 상황을 조성한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우리 대표단도 군사적 충돌만큼은 안 된다는 입장을 굳건하게 지켜야 한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필요하면 확성기 중단 등 유연한 대응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북한의 목함지뢰 등 도발에 대한 사과 등) 한번에 만족할 만한 타결에 이르지 않더라도 끈질기게 대화를 지속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상황에 국한되지 말고 남북관계의 대전기를 만들어내는 기회로 삼자”고 덧붙였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일촉즉발에 위기를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이번 대화는 의미가 크다”며 “일대일 대응 전략과 협상 태도에서 벗어나서 한반도의 안보와 위기의 대응은 대한민국이 포용적으로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당의 한반도 평화·안전보장 특별위원장을 맡게 된 박지원 의원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사과를 협상 타결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사과를 받는 일에 너무 치중하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포괄적이고 근본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계 정상화, 즉 출구 전략에 초점을 맞추면 다른 문제는 나중에 정리가 된다”며 “선이후난의 자세로 쉬운 것부터 먼저 해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정애 서보미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