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한미연합훈련’ 비난
TV선 ‘대북 확성기’ 조준 장면
TV선 ‘대북 확성기’ 조준 장면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 당국자 밤샘 접촉이 사흘째 이어진 24일, 북한은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대남 적개심과 전쟁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6개면 전체를 남한과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유발하고 체제 수호를 위한 결집을 촉구하는 글과 사진으로 채웠다. 2면에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군사훈련을 현지지도하는 컬러 사진 11장을 싣고, 5면에는 ‘결전의 시각’을 준비하라는 주제의 시 5편을 배치해 주민들의 결속을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해설기사에서 비무장지대 지뢰폭발과 포격 사건에 대해 “로골적인 침략행위이며 북침전쟁 개시를 위한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책동”이라고 거듭 부인하고, 최근 종료된 한미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돌렸다. 노동신문은 또 “종군보도반을 꾸려 전선지대에 종군기자들을 급파했다”며 황해도와 강원도의 분위기를 전했다.
평일에는 오후 3시에 방송을 시작하는 관영 <조선중앙TV>도 이날은 이례적으로 오전 9시부터 ‘한치의 땅도 내여주지 말라’, ‘개선광장에 메아리 친 환호성’ 등 전쟁 분위기를 띄우는 기록영화와 특집물을 편성해 내보냈다.
남한에 외국행 비행기표가 10배 가격에 암거래되고 있다는 등 황당한 보도를 했던 <우리민족끼리TV>는 이날 동영상 ‘형체도 없이 쓸어버리리라’에서 무장한 인민군들이 남한의 대북 확성기 계기판을 조준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그러면서 “누구냐, 신성한 우리의 조국의 영토에 함부로 불질한 놈들이”, “전투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오로지 정의의 결산 뿐” 등 남한과 미국에 대한 적개심과 전쟁 분위기를 키웠다.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와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지뢰폭발과 포격 사건을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전선부대들은 최후 결전에 진입했다”, “진짜 전쟁 맛을 보여주자” 등의 글을 쏟아냈다.
황준범 기자, 연합뉴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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