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내곡동의 국가정보원 전경.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국회가 27일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보고 청취를 시작으로 다음달 14일까지 관련 상임위를 통해 대국민 사찰 논란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간다. 여당은 숨진 국정원 직원에 의해 삭제됐다가 복원된 파일만 확인하면 모든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완전한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복원된 파일 등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3면
국회 정보위원회는 27일 오후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이병호 국정원장 등으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사용한 직원 임아무개씨가 숨지기 직전 지운 파일의 내용 등의 현안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삭제된 파일 복원은 그제(24일)쯤 100% 된 것으로 들었다”며 “복원자료를 보면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 공개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은 민간인 사찰용’이라는 야당의 공세에 적극 반박하면서 “정치공세를 멈추라”고 역공을 펼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원은 임씨가 자살 직전 내부 감찰을 받았는지와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로 초유의 성명을 낸 경위 등 야당의 여러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시각,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도 미래창조과학부를 불러 해킹 피해 방지 대책과 감청장비 구매 절차 관리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을 예정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운영자의 접속기록과 프로그램 사용 내역 등이 담긴 로그파일은 ‘국가 기밀’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국정원이 스스로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보고를 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자체분석을 위해 삭제된 데이터 원본과 해킹 프로그램의 사용 내역이 담긴 로그파일 등 7개 분야 30여개 자료 제출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국정원이 100% 복구했다고 주장하는 자료가 임씨가 삭제한 자료와 동일한 것인지 객관적 입증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임씨가 접촉한 몇 대의 컴퓨터에서 어떤 자료가 어떤 범위 내에서 삭제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정원) 자신들이 복구했다는 자료만 보여준 채 모든 의혹이 해소됐다고 어물쩍 넘어갈 궁리는 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정보위에 들어와서 (자료 제출을) 요구해야지, 밖에서 그러는 건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3일 국정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중개한 나나테크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데 이어, 스파이웨어 감염을 시도한 흔적이 있는 에스케이텔레콤(SKT) 아이피(IP) 5개 등 자체 확인된 자료를 기반으로 이번주께 2차, 3차 추가 고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보미 이정애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