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21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21일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 구매와 민간인 해킹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에 필요한 30가지 자료제출을 국정원에 요구했다. “근거없는 의혹 제기에 대해 안 위원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공격과 국정원 직원들의 집단성명 등에 대해 “자료로 답하라”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원을 향해 “세계 어느 정보기관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공동성명을 내놓고, (야당 요구를) ‘정치공세’라며 공작정치에 버금가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국정원 등에 대해 7개 분야 30가지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안 위원장이 요구한 자료 목록을 보면, ‘보안전문가’ 출신인 안 위원장의 전문성이 엿보인다. 그는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인 ‘해킹팀’에서 구매한 해킹프로그램인 ‘아르시에스’(RCS)의 모든 로그파일(사용기록) 원본 공개를 거듭 요구했다. 로그파일을 분석하면 타켓 단말기(사찰 대상)의 소유자를 알 수 있어 국내 민간인 사찰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아르시에스 외에도 국정원이 유사한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내역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그는 “모든 공작은 플랜에이(A), 플랜비(B), 시(C)를 함께 진행하는 게 기본이다. 유사 프로그램 구매 내역이 없다면 (국정원이) 무능한 것이고, 공개하지 않으면 은폐나 축소”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르시에스 운용 직원인 임아무개(45)씨가 삭제했다는 디스크 원본과 복구 파일의 동시 제출도 요구했다. 훼손된 파일을 복구할 때 원본이 아닌 복사본으로 복구를 시도하는데, 훼손된 디스크 원본은 복구된 파일의 위·변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는 게 안 위원장의 설명이다.
안 위원장은 해킹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상자가 가입한 이동통신사인 에스케이텔레콤(SKT)에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국정원이 악성코드를 심은 여러 휴대전화 아이피(IP) 주소에서 발견된 3개 국내 주소의 진위를 파악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새누리당 특정 의원에게만 보고하는 국정원 정보원 및 보고 내용 일체’를 요구하며 새누리당 정보위 위원들을 통해 정보를 흘리는 국정원의 행보를 제어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이 지목한 ‘새누리당 특정 의원’은 국정원 출신 이철우 의원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안랩 창업자인 안 위원장과 국정원 출신 이철우 의원이 맞서는 구도를 ‘창과 방패’ 형국이라고 비교하는 말도 나온다.
안 위원장은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현장 공개검증을 통해 논란을 조기에 매듭짓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자료는 정보위 위원들에게만 (비공개로)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로그파일 분석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현장에서 3~4시간만 공개한다는 건 안 보여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전문가’ 입장에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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