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오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도중 자신에게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에게 딴지를 건다’고 비난하는 트위터 글에 “저만큼 안철수 의원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나요. 괜스레 시비를 걸지…”라는 답글을 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당 당직자들, 관망 태도 벗어나
새정치 공격에 안철수 때리며 역공
“정보기관 의혹 제기 국가적 손실”
청와대는 “특별히 드릴 말 없다”
새정치 공격에 안철수 때리며 역공
“정보기관 의혹 제기 국가적 손실”
청와대는 “특별히 드릴 말 없다”
새누리당이 17일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에 따른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을 향해 거꾸로 공세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의원을 앞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등 국정원의 사찰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 앉을 조짐을 보이자, 그간의 관망세를 벗고 적극적인 ‘국정원 방패막이’로 나서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들은 이날 일제히 ‘안철수 때리기’에 몰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요구에 대해 “헛다리를 제대로 짚었다”며 “국가 정보기관에 대한 잘못된 의혹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고 공격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정책조정위원장)인 박민식 의원도 전날 안 의원의 도·감청 시연에 대해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며 폄하했다. 당 중앙재해대책위원장으로, 이전부터 안 의원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폈던 이노근 의원은 “안 의원이 ‘안랩’이라는 보안 회사의 대주주인데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려면 주식을 백지신탁하거나 팔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또 “국정원 현장조사에 속히 응하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여당은 서둘러 이번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강한 반면, 야당은 현장조사에 앞서 사전준비를 하고, 현장조사에도 전문가들이 함께 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로 국정원 출신인 이철우 의원은 “의혹을 부풀려 ‘안보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 안위를 위해 해킹할 필요가 있으면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와 관계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입장을 내놓을 필요도 없고, 그럴 단계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그건 국정원에서 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정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사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구입한 20명분이란, 최대 20개의 휴대폰을 해킹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또 이 프로그램은 이탈리아 회사(해킹팀)를 경유해 작동하도록 되어 있어 사용내역이 (해킹팀에) 다 저장돼 있고, 연계되기 때문에 은폐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또 “사용 기록을 정보위원들께 보여드릴 예정”이라며 “이를 보면, 국정원이 민간사찰을 하지 않았다는 게 명백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5개국 97개 기관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구입했다. 우리나라처럼 시끄러운 나라가 없다. 어떤 (나라의) 정보기관도 이런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경욱 최혜정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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