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관련 중요자료는 확보 못해
수행비서 금씨·여씨 수시 소환
“성완종쪽 조사 조만간 마무리”
이번주 ‘리스트 인물’ 주변조사 착수
수행비서 금씨·여씨 수시 소환
“성완종쪽 조사 조만간 마무리”
이번주 ‘리스트 인물’ 주변조사 착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경남기업 수사 과정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들이 빼돌린 자료를 일부 확보했다. 또 수사팀은 이번주 중 성 전 회장 쪽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의 주변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비밀 장부’ 등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리스트 내용의 실체 규명에는 아직 결정적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26일 “성 전 회장의 측근이 은닉한 자료를 일부 찾았다”며 “증거은닉 행위에 대한 수사가 생각보다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지난달 18일 경남기업 압수수색 직전 회장실에서 빼돌려진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 등 일부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원 집 장롱을 압수수색해 성 전 회장의 계열사 대여금 내용을 담은 자료를 확보했다. 수사팀은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성 전 회장의 최근 동선과 행적을 복원하고 외부 접촉 과정에서 금품 로비의 단서를 남겼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25일 새벽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이용기 경남기업 부장의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수사팀은 영장실질심사 직후인 24일 저녁에도 박 전 상무를 불러 조사하는 등 두 사람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성 전 회장을 수행한 금아무개씨와 여아무개씨 등도 수시로 불러 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을 매일 불러 조사하고 있다. 다른 측근이나 보좌진도 동시다발로 조사했고, 이들의 진술을 객관적 자료와 맞춰 보는 등 마무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전 회장 쪽 조사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의 주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 쪽 조사는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며 “기초공사를 끝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대상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을 상대로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한 의혹에 관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에게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자금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최근 홍 지사 측근들이 자신을 회유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수사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수사팀이 금품 로비 의혹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비자금 장부 등을 확보하지 못해 리스트의 실체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이 금품 로비를 증명할 자료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고 밝히고 있어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두 사람의 변호인은 “(박 전 상무가 인멸했다는 다이어리는) 달력에 큼지막하게 나와 밑에 일정 쓸 수 있는 것”이라며 “비자금이 누구한테 갔다거나 날짜 혹은 장소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부장은 (성완종 리스트에 나오는) 8명을 선정하는 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정환봉 이경미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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