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작성 및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박지만 이지(EG) 회장을 이르면 다음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지만 회장 자택 앞에서 취재진이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윤회의 십상시
청와대 “실체없다” 정면 부인
검찰도 ‘문건 자체가 허위’
잠정결론 내놓고 보조맞추기
조응천의 7인회
명단 지목자들 “말도 안돼”
검찰도 편파수사 논란 의식
“청와대가 악수” 볼멘소리도
청와대 “실체없다” 정면 부인
검찰도 ‘문건 자체가 허위’
잠정결론 내놓고 보조맞추기
조응천의 7인회
명단 지목자들 “말도 안돼”
검찰도 편파수사 논란 의식
“청와대가 악수” 볼멘소리도
청와대가 ‘정윤회씨 국정개입 동향’ 문건의 작성과 유출 과정에 개입한 이들로 지목한 이른바 ‘7인 모임’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 안팎에선 청와대 특별감찰팀이 감찰 결과로 거론했다는 ‘7인 모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에 등장하는 ‘십상시 모임’의 실체와 관련해 (근거 없는) ‘찌라시’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이번 ‘7인 모임’이 그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실제 ‘십상시 모임’과 ‘7인 모임’은 구도상으로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조응천 전 비서관’을 중심으로 하는 핵심모임으로 서로 대립하는 모양새를 띠지만, 둘 다 실체가 모호할 뿐 아니라, 이런 모임의 존재를 현실적으로 입증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십상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주변 보좌관들의 위세에 대한 불만으로 당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반면, ‘7인 모임’은 청와대 특별감찰 과정에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문건 유출 관여자로 청와대가 지목하면서 나타난, 사실상 인위적으로 만든 이름이어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7인 모임’으로 묶인 당사자들은 모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부인하고 있다. <세계일보> 소속으로 7인 모임 구성원으로 지목된 김아무개씨는 12일 “(거론된) 멤버 중 얼굴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데다 (나는) 세계일보 소속도 아니다”며 “7인 모임을 주장하는 쪽이 급조하다 보니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특별감찰팀이 ‘7인 모임’을 특정해 이를 검찰에 통보하고, 이런 사실이 밖으로 알려진 것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조 전 비서관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의심 여부와 상관없이, 제대로 입증되기도 어려운 ‘모임’을 성급하게 단정해 오히려 상대방에게 역공 빌미를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7인 모임’ 자체를 청와대가 지목한 것으로 인식된 상황에서 사실관계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을 경우 자칫 청와대는 ‘조작 사건’을 꾸미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이미 조 전 비서관은 유신정권의 대표적 조작 사건으로 나중에 모두 무죄로 판명난 ‘윤필용 사건’에 비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에서는 더 볼멘소리가 나온다. 청와대가 또다시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지만, 무엇보다 향후 검찰이 내놓을 수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검찰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불만이다. 최근 검찰이 ‘십상시’의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반대로 7인회로 지목된 이들을 불러 조사할 경우 수사의 편파성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는 수순만 밟아도 청와대가 짜놓은 프레임을 그대로 따른다는 비판에 직면할 게 뻔해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 입지를 좁혀버렸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기자들이 ‘7인 모임’ 관련 수사에 대해 묻자, “그중에서 박관천 경정은 (청와대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분이고, 조응천 전 비서관은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다”고만 말할 뿐, 나머지 인사들에 대해선 “현재는 경찰관들의 유출 혐의에 대해 수사중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청와대가 7인회를 거론한 의도는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을 겨냥한 여론전 성격이었을 텐데, 실제 수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저건 수사를 하라는 건지, 방해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라며 “청와대가 악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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