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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지만 비위 보고서도 작성”…정윤회와 암투설 파문 확산

등록 2014-12-03 20:14수정 2014-12-04 16:14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파문

김기춘·남재준 국정원장에 제보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정호성 비서관
“박 회장한테 문건 받은 적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보고서(동향보고 문건)와 별개로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이지(EG) 회장과 관련한 비위 의혹 등이 담긴 청와대 보고서가 만들어졌고, 이 보고서 역시 청와대 밖으로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내부에서 민간인 신분인 ‘정윤회-박지만’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일보>는 3일 박지만 회장이 지난 5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각각 청와대 내부 보고서가 유출되고 있다는 제보를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14일 박 회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아래 공직기강비서관실 이름으로 작성된 문건을 입수했고, 이를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통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제보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에게도 문건 유출 조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제보를 받은 김기춘 실장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누군가 청와대를 흔들고 있다며 음해 세력을 색출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은 이날 <채널에이(A)>와의 전화통화에서 “박지만 회장을 전혀 모른다”며 관련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청와대도 김 실장이 박 회장에게 제보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김 실장은 지난 3월 <시사저널>에 ‘박 회장이 정윤회씨 쪽에 미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당시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료를 넘겨주면 조사를 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를 받았다는 당사자들의 부인과 달리, 만약 박 회장에 대한 보고서가 작성됐다면 ‘정윤회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관여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다른 경로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회장이 자신과 관련한 청와대 문건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때는 지난 5월14일로, 이른바 ‘정윤회 보고서’가 작성된 지 넉달이 지난 시점이다. 정윤회 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 전 행정관(경정)은 지난 2월 경찰로 복귀했고, 조 전 비서관은 4월15일 사퇴했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가 박 회장을 비방하는 보고서 작성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박 회장 쪽이 정윤회씨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견제하기 위해 정씨와 관련한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다가 오히려 역공을 당해 청와대에서 줄줄이 쫓겨났고, 반대로 박 회장을 견제하는 보고서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정윤회 보고서’를 박 회장 쪽에서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박 회장 쪽이 방어 차원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보고서도 있음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을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정호성 비서관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회장과 관련한 문건을 보고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정 비서관은 “박 회장으로부터 어떤 내용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그렇게 중요한 문건이 전달된 적도 없고, 박 대통령을 보좌한 이후 박 회장과 어떤 교류를 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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