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지목된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윤회씨가 “지난 4월에도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비서관과 정씨의 주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전날 “하나라도 잘못 있으면 감방에 가겠다”고 밝힌 정씨에 이어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조 비서관까지 나서면서 정씨와 박 회장 사이에 암투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조 전 비서관은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라서 받지 않았더니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며 “이어 4월 11일 퇴근길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정윤회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그럼에도 정씨와 통화하지 않았고, 지난 4월 중순 홍경식 민정수석으로부터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며 그만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
▶관련 링크 )
조 전 비서관의 주장대로라면, 이 비서관이 정씨의 뜻을 대변하는 전화를 조 전 비서관에게 걸어온 것이 되어서 기존의 이 비서관, 정씨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이 비서관은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에서 “2003년인가, 2004년 정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주장했고, 정씨 역시 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때 정치인 박근혜의 10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래 나는 7년간 야인으로 살고 있다. 국정 개입은커녕 청와대 비서관들과는 연락도 끊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또 정씨가 등장하는 ‘국정개입 보고서’의 신빙성에 대해 “6할 이상이라고 본다”며 “(첩보가 맞을 가능성이) 6~7할쯤 되면 상부 보고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내용이 실제 (정씨와 십상시들의) 모임에 참석해서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한 것이고, 그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또 “이 사건의 핵심은 문건 유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유출 사실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기 문란 행위“라고 밝힌 것에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회장이 1994년 마약류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담당 검사로 인연을 맺은 뒤 쭉 박 회장의 측근으로 불려왔다. 이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정씨의 주장에 대한 정면 반박을 하면서, 이번 파문이 정씨와 박 회장의 파워게임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의혹이 수면 위로 본격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