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 보고서 작성자로 지목된 박아무개 경정이 현재 근무중인 서울의 한 경찰서 정보계 사무실 앞에 출입통제 팻말이 걸려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치개입’ 보고서 작성 박 경정
박지만 미행의혹 제기 직후인
지난3월 시사지 인터뷰서 밝혀
파문 커지자 “그런 말 안했다”
검찰, 오늘 사건배당 본격 수사
박지만 미행의혹 제기 직후인
지난3월 시사지 인터뷰서 밝혀
파문 커지자 “그런 말 안했다”
검찰, 오늘 사건배당 본격 수사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당시 ‘청(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브이아이피(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아무개 경정이 지난 3월 “정윤회가 이재만과 안봉근을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를 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30일 나왔다. 또 검찰은 청와대 비서관들의 고소를 근거로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등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 등에 대한 수사를 1일 개시할 예정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1일 발행되는 1311호에서 지난 3월 박 경정이 “민정(수석실)에 있으면서 정윤회 얘기는 심심찮게 들었다”며 “정윤회가 이재만과 안봉근을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를 한다고 들었다. 정호성은 컨트롤이 잘 안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선의원 때 비서실장을 지낸 이후 ‘비선 권력’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알려진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을 통해 국정에 개입한다는 말로, 지난 28일 <세계일보>가 공개한 청와대 내부 보고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박 경정이 문제의 ‘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은 인터뷰 두 달 전인 1월6일이고, 이어 2월 경찰로 원대복귀했다. 인터뷰는 <시사저널>이 지난 3월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이지(EG) 회장을 미행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뒤 이뤄졌다. 박 경정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이 ‘미행 사건’도 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은 또 인터뷰에서 “권력은 양쪽에 추가 연결된 막대와 같아서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고리 권력 3인방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고 말하면서 견제세력으로 박지만 회장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예전에도) ‘문고리’들을 견제하는 것은 대통령 친인척들이 해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육영수 여사가 비서진들을 한 번씩 불러서 ‘대통령을 똑바로 보좌하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며 “박지만 회장은 영부인과 맞먹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박 회장이 전면에 나서 문고리 권력들을 견제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되는 정윤회씨 쪽 인사들과 박지만 회장 쪽 인사들이 청와대 권력을 두고 갈등해 왔다는 주장과 맥이 닿는다. 박 경정은 “민정(수석실) 내부에서도 문고리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조응천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과 나밖에 없다”며 “민정(수석실)은 옛날로 치면 사헌부와 같은데 문고리들이 사헌부까지 장악하려 들면서 청와대가 문고리에 놀아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 경정은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선 “당시 (시사저널의) 연락을 받았는데 ‘모른다’고만 했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인터뷰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8일 청와대 비서관들이 <세계일보> 기자 등을 상대로 낸 고소장 내용을 주말 동안 검토한 뒤, 1일 사건을 배당해 본격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정윤회씨 관련 사건들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가 맡게 될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정씨와 연결시킨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과 ‘만만회’(박지만·이재만·정윤회) 비선 라인 의혹을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을 각각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박지만 미행 사주’ 보도와 관련해 정윤회씨가 <시사저널> 기자들을 고소한 사건도 형사1부가 맡고 있다.
이승준 정환봉 이재욱 기자 gamja@hani.co.kr ,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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