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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선거때면 콩볶듯 ‘단일화’…정책빠진 연대 ‘패배 악순환’

등록 2014-08-01 20:55수정 2014-08-04 10:38

[7·30 참패 야당 어디로]
(2) 야당은 왜 10년간 연패했나

‘탄핵 정국’ 빼곤 10년간 무승
당 대표 24번 바뀌었지만
계파 이해따라 인적쇄신 실종
“전략·비전 부재…앞날이 캄캄”
“우리는 왜 줘도 못 먹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무능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당직자는 야당의 7·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혀를 찼다.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부터 함께한 그는 지금까지 3번의 총선, 2번의 대선, 2번의 지방선거를 경험했다. 그동안 야당은 탄핵 역풍 속에 과반수를 얻은 2004년 총선과 4대강 심판론, 무상급식 공약 열기 속에 선전한 2010년 지방선거를 빼면 4번의 선거(2008·2012년 총선, 2007·2012년 대선)에서 패배했고, 1번의 선거(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특히 2012년 총선 때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유권자들이 야당을 찍어줄 준비가 돼 있는 상황에서도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이는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왜 야당은 차려진 밥상도 엎어버리는 ‘무능 세력’이 된 것일까. ‘야당 10년 패배’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상황만 바뀌었을 뿐 야당의 대응 방식에선 도돌이표가 보인다. 우선, 자력에 의한 승리보다는 성격이 비슷한 진영끼리 뭉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관성이 됐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콩 볶는 식으로 이뤄지는 이합집산이다.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서울 동작을처럼, 평상시엔 손놓고 있다가 선거 직전에야 옥신각신하며 후보 단일화를 하는 안일한 연대 방식이다.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 등 선거 때만 손잡는 야권연대는 공동 정책개발 같은 생산적 관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2012년 총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은, 그해 연말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경제민주화, 복지 이슈 등을 과감히 내세우며 중도층을 공략할 때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에만 골몰했다. 당시 당내에서 전략을 담당했던 한 의원조차 “우리가 대선에서 이길 방법은 오직 단일화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0년간 치른 전국 선거 결과 (※클릭시 확대됩니다.)
올해 3월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과 안철수 체제의 새정치연합이 전격적으로 합당한 것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세력이 출마할 경우 야권 표가 분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앙위원회·지역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의 충격 속에서 가까스로 6·4 지방선거를 치렀으나 7·30 재보선에선 무너졌다. 당내 통합을 이루지 못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전략공천 아닌 ‘정략공천’을 선택했고 이는 참패로 이어졌다. ‘급조된 동거’로 만들어진 리더십은 복잡한 민주당 계파 구조에 안착하지 못했다.

취약한 리더십은 만성질환이 됐다. 지난 10년간 야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비상대책위원회 구성→조기 전당대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2004년 총선부터 현재 박영선 대표 권한대행까지 야당 대표는 모두 24번 바뀌었다. 평균 임기는 고작 6개월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새누리당 대표는 10번 교체됐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새누리당은 권력에 대한 본능적 기민성을 갖고 있다. 여러명의 ‘두목’들이 난립하는 우리 당과 달리 새누리당은 주류, 비주류로 단순하게 나뉘어 있고, 힘이 약한 세력은 강한 쪽에 숙일 줄도 안다. 하지만 우리 당은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방관하다가 실수만 하면 흔들어 넘어뜨렸다. 같은 당에 있으면서도 상대방이 잘 안되면 은근히 기뻐했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을 만한 비전이나 어젠다도 제시하지 못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공약이 인기를 끌자, 당시 민주당은 ‘좌향좌’를 선언하고 당헌을 개정했다. 하지만 보수언론 등이 ‘포퓰리즘 프레임’을 짜자 슬그머니 용도폐기했다. 상황에 따라 중도와 진보를 오락가락하다 보니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지난해 사회·경제적 소수인 ‘을’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을지로위원회’가 구성돼 민생 현장을 찾아다녔으나 의원들의 이런 노력이 정책 생산으로 확대되지는 못했다.

인적 쇄신도 부족했다. 중진 의원들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때 집권의 과실을 맛봤으나 이후 당이 궁지에 몰릴 때 기득권을 내려놓는 헌신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스스로 정계은퇴를 한 거물급 정치인은 손학규 상임고문 정도가 유일하다. 10여년 전 기대감 속에 수혈된 486 책임론도 나온다. 2007년 대선 참패를 기억하는 486 출신 정치인들은 2010년 전당대회 때 이인영 의원을 깃발로 내걸고 독자세력화를 모색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2012년 대선에서도 다시 거물급 후보들 밑에 들어가 참모 구실을 했다. 2012년 총선 공천 때는 ‘전대협 동우회’의 틀을 깨지 못한 채 자기 사람 챙겨 넣기에 급급했고 젊고 참신한 인물들을 키워내지 못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새로운 인물들을 들여오려면 자리가 나야 한다. 당내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중진급 인사들이 대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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