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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심 동떨어진 ‘그들만의 새정치’

등록 2014-07-31 21:40수정 2014-08-04 10:36

[7·30 참패 야당 어디로]
(1) 새정치연합 왜 패배했나

국민과 소통 실종…패배 자초
외부선 “비전과 전략 없다”
내부선 ‘리더십 취약’ 비판
7·30 재보궐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세월호 참사 100일의 추모 분위기에서도 유권자들은 야당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권은 분열과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 야권의 잇단 실패는 원인이 무엇일까. 해법은 있는 것일까.

“패배의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대표직 사퇴하실 겁니까.” “순천·곡성에서도 새누리당이 이겼는데요.”

31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기자들은 안철수 대표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안철수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논의하고 말씀드리겠다”는 하나의 답변으로 버텼다. 말꼬리가 약간 떨렸다. 그러나 정작 최고위원회에서는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 안철수·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사퇴 의사를 ‘통보’했고 최고위원들은 돌아가며 각자의 소회를 밝혔을 뿐이다.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이 안철수 대표에게 다시 몰렸다. 안철수 대표가 한 말은 이번에도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 “대변인이 설명할 것이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 뒤 별도로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사퇴의 변은 짧았다. 기자들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다 말씀드렸다”며 회견장을 서둘러 떠났다.

정치인은 사람을 좋아한다. 국민들의 궁금증을 대신 물어보는 기자들과 토론하고 논쟁하기를 즐긴다. 특히 권력을 잡지 못한 야당 정치인들이 그렇다. 안철수·김한길 대표는 그런 대중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떠나는 순간까지 그랬다. 두 사람의 개인적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언제부턴가 야당과 야당 정치인들이 지지자들과, 국민들과 멀어지고 있다.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오면 결국 죽는다.

7·30 재보선은 여당의 승리가 아니라 야당의 참패였다. 이유가 뭘까? 여름휴가철의 낮은 투표율과 여당 고정표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외부 환경 탓을 하는 핑계에 불과하다. 재보선의 낮은 투표율과 여당 고정표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그래서 야당에는 정치기획이 필요하다.

여당의 경제 살리기 프레임(선거구도)과 야당의 세월호 심판 프레임 대결에서 패했다는 설명이 있다. 기득권층과 일부 보수 성향 언론의 억지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성적으로 ‘민생’과 ‘경제’를 들고나왔을 뿐이다. 세월호 심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든 프레임이 아니다. 투표일 직전 세월호 100일이 겹쳤을 뿐이고, 단원고 학생들의 법정 증언도 그때 쏟아져 나왔을 뿐이다. 민생과 경제는 언제나 가장 중요하다. 세월호에 대한 분노는 아직 식지 않았다.

의원·당직자 관료화…‘정치 자영업자들의 정당’

그렇다면 왜 졌을까? 야당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야당의 총체적 역량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뭘 하겠다는 비전이 있어야 전략이 나오는데 그게 없었다. 실력의 문제다. 거물들이 신인에게 졌다. 신인은 진보가 내놓았어야 하는데 거꾸로 됐다.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애정을 잃었다.”(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선거를 어떻게 치르겠다는 기본적 개념이 없었다. 메시지가 없었다. 공천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공격 수단이 무력화됐다. 지지자들의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 오히려 기가 꺾였다. 광산을 투표율이 상징적이다.”(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

내부의 시각은 비슷하지만 좀 달랐다. 안철수·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압도적이었다. 7월30일 이전에 야당의 참패를 예견한 당내 인사들이 있었다. 이들은 손학규 후보의 낙선, 수도권 완패, 순천·곡성의 이변 등을 내다봤다. 하지만 우려는 당 지도부에 전달되지 않았다. 많은 의원들이 “안철수·김한길 대표가 의원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안팎의 비판과 분석을 종합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에서 패배한 근본적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도부의 취약한 리더십이다. 안철수·김한길 대표 책임이라는 얘기다. 이끄는 자의 리더십과 따르는 자의 팔로어십은 동전의 양면이다. 선거 참모들의 전략이 부실했던 것은 두 대표가 선거를 지휘할 리더십과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일부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절박감 부족이다.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의원과 당직자들이 관료화되기 시작했다. 집권보다 눈앞의 밥그릇에 더 신경을 쓰는 의원과 당직자들이 많으면 그 정당은 결코 집권할 수 없다. 능력은 열정에서 나온다. 언제부터인가 새정치연합을 ‘정치 자영업자들의 정당’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셋째, 비전과 목표의 실종이다. 정확히는 그런 집단의 실종이다. 과거 민주화 운동 출신들이 ‘한국을 바꾸겠다’며 정당과 현실정치에 투신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탄생할 수 없었다. 지금은 왜 집권해야 하는지, 집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철학을 갖춘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

야당이 무능하면 정치가 퇴행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무너진 리더십을 다시 세우고 근본적인 내부 혁신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난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지금부터 지켜봐야 한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혼돈 빠진 새정치연합…길이 안 보인다 [오피니언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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