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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동작을’, 왜 노회찬 아닌 나경원을?

등록 2014-07-31 17:25수정 2014-08-11 11:06

재보궐선거 ‘동작을’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패배를 확인 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재보궐선거 ‘동작을’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패배를 확인 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30~40대 주부들, ‘강남 4구’ 공약 내건 나경원 지지
‘공천 파동’도 발목 잡아…“동작을 우습게 본다 생각”
사당동과 상도동, 흑석동을 기반으로 한 ‘동작 을’ 지역은 서울에서도 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2012년 대선 때 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54.2%)가 여당인 박근혜 대통령(45.4%)보다 높았고,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서울 시장 지지율(57.9%)이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41.3%)보다 무려 16%포인트나 높았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야당 단일화를 이룬 노회찬 진보당 후보의 패배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까닭이다. 동작 주민들은 왜 노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31일 오후 찾은 동작 지역은 33도로 찌는 듯 더웠다. 오후 3시께 사당동 남성역 앞 본인 사무실에서 들른 나경원 의원은 무척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축하한다”는 시민들의 덕담에 “고맙다”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나 의원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의 외벽에는 ‘엄마의 힘으로 동작의 묵은 숙제 야무지게 풀겠습니다. 동작에서 태어난 나경원1’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100m 정도 떨어진 노회찬 정의당 후보의 사무실에는 ‘지금 국회에 노회찬이 필요합니다. 50년 된 불판을 갈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두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화두로 내 건 ‘지역 개발’과 ‘중앙정치 개혁’이라는 방향성을 잘 보여줬다.

서울 동작을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노회찬 정의당 야권 단일후보가 29일 오후 막바지 선거운동을 하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in.co.kr
서울 동작을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노회찬 정의당 야권 단일후보가 29일 오후 막바지 선거운동을 하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in.co.kr
아들·딸을 둔 엄마인 주아무개(36)씨는 “노회찬 후보는 당선되면 중앙 정치에 치중할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주씨는 ‘동작을 강남4구로’ 만들겠다는 표어를 내건 나 의원을 찍었다고 했다. 특히 동작을 지역은 최근 아파트 촌이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여성들이 늘어났는데 여성이자 ‘엄마’인 이들이 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전략과 더불어 공천 과정의 문제점도 야당의 패인으로 꼽혔다. 사당동에 사는 회사원 오아무개(39)씨는 “새정치연합의 공천을 보면서 동작을 우습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경원 후보처럼 거물급도 아니고, 광주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후보를 전략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공천하는 것을 보면서 참 한심했다”고 말했다. 야권 성향인 오씨는 이번에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쪽 후보가 사퇴하면서 야권 성향 조직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대 앞에서 30년 넘게 도장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종제(65)씨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낸 기동민 후보는 이 지역에서 낯설다. 헌데 그마저 사퇴해 버리고, 정의당의 노회찬씨가 야당 쪽 단일 후보가 됐다. 호남 향우회원들이 노 후보 사무실에 가기도 멋적고 해서 많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당동과 흑석동 등이 있는 동작을 지역은 호남 출신 주민이 많고 호남 향우회가 잘 발달해 있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46.8%로 전체 평균(32.9%)보다 무려 14%포인트가 높아, 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었다.

남성역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신아무개씨는 “4번 노회찬 후보를 찍기는 했지만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도 딸들이 ‘야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권하지 않았다면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 출신인 신씨는 대체로 민주당 쪽 후보를 찍었었다.

야권 단일화가 늦어지면서 사표가 많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재환(59)씨는 “이미 투표용지가 인쇄된 뒤인 24일에야 야권 단일화가 됐다. 전체 사표가 1400표라고 들었는데, 아마 상당수는 습관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인 2번 후보를 찍은 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나 의원과 노 후보간 표 차이는 929표였는데, 동작을에서 발생한 사표는 1403표였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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