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당선자(가운데)와 부인 강난희씨가 5일 새벽 당선이 확실시된 뒤 서울 종로5가 캠프사무실에서 선거운동을 함께한 캠프 관계자들과 손을 맞잡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선거대책위원장, 오영식 의원, 박 시장, 박 시장 부인 강난희씨, 임종석 선대위 총괄팀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6·4 민심 l 뜬 인물-진 인물]
큰 표차 재선 대권도전 탄력받아
박, 진영논리서 자유로운 게 강점
안, ‘충청권 대망론’ 핵심될 가능성
큰 표차 재선 대권도전 탄력받아
박, 진영논리서 자유로운 게 강점
안, ‘충청권 대망론’ 핵심될 가능성
야권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3년 뒤’를 예비할 두둑한 밑천을 마련했다. 박원순(58) 서울시장과 안희정(49) 충남도지사다. 두 사람은 소통과 공감을 열쇳말 삼아 선거전을 펼쳤고 큰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들을 2017년 대선의 잠재적 주자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13일간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물통과 수건이 담긴 배낭을 메고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지지자들을 모아 세를 과시하는 집회는 한번도 열지 않았다. 임종석 선거대책본부장은 “기존 선거와 완전히 달랐다. 박 시장은 마치 시민들과 ‘연애’하듯 섬세하게 눈빛과 표정을 살피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은 유권자들이 이미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얼마나 마음 아파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비극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여야의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야당 지지율이 낮은 이번 선거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박 시장의 높은 인기는 변화에 대한 갈망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2011년에 불었던 ‘안철수 현상’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변화의 지향점을 설명해내지 못한 반면, 박 시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던져줬다.
그러나 박 시장이 대선에서 뛸 만한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선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박 시장 캠프에 참여했던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행정과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 정치 지도자의 자질을 입증하려면 ‘깨알 같은 행정’을 넘어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를 견인할 수 있는 뚜렷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며 “아마 박 시장은 앞으로 행정가로 몰두했던 지난 1기 때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서울에 변화와 개혁을 가져올 든든한 우군도 얻었다.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20년 전 함께 참여연대를 창립했던 동갑내기 동지다. 교육과 행정 두 영역에서 서울을 ‘진보 도시’로 가꾸는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유권자들에게 ‘스며드는’ 선거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지사의 측근은 “안 지사는 이번 선거를 도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기회로 여겼다. 선거운동 첫날 안 지사가 어디를 가든 한시간 넘게 자리에 앉아 도민들과 얘기를 나누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 공신임에도 ‘화려한 자리’ 한번 누려보지 못했던 안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야당의 불모지인 충남에서 승리하며 우뚝 일어섰다. 충남도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장 5곳도 새정치연합에 맡기며 안 지사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 안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2017년을 겨냥한 ‘큰 꿈’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선거운동 사무소 개소식 때 “지방정부 실험을 통해 (준비가 됐다는) 확신이 든다면 (확신이 든) 다음날이라도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80년대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안 지사는 온화한 품성과 겸손한 태도로 보수적인 어르신들의 마음까지 얻었다. 다음 대선 때 ‘충청권 대망론’을 불러일으킬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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