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민심 l 뜬 인물-진 인물]
쌓아온 정치적 자산 날려
큰 충격…“당분간 쉬겠다”
쌓아온 정치적 자산 날려
큰 충격…“당분간 쉬겠다”
유례없이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대거 뛰어든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개인적으로 패배의 그림자가 가장 짙어 보이는 이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다.
한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기도 했던 정 후보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13%포인트 차로 크게 졌다. 더욱이 25개 구 가운데 서초·강남·용산을 제외한 22개 구에서 졌고,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조차 16%포인트 이상 뒤진 완패다.
패배의 ‘질’도 문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오로지 네거티브 공세에만 매달리고, 아들의 ‘미개 발언’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희화화되는 등 ‘정몽준’ 브랜드의 이미지를 스스로 크게 훼손시켰다. 정 후보는 2002년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선언으로 정치적 데미지를 입은 이후, 한나라당에 입당해 대표를 역임하는 등 무소속 정치인에서 여권의 ‘포스트 박근혜’로 차곡차곡 이력을 쌓아왔다. 지난 대선 이후로는 ‘친박계’뿐인 새누리당에서 독자적인 세력 형성을 기대할 거의 유일한 인물로 주목받기도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것도 그의 경쟁력을 기대한 새누리당의 ‘차출’이었다. 그런데 선거운동 기간 인간적 약점이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되면서 그동안 쌓은 정치적 자산을 한꺼번에 다 날려버리다시피 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경쟁력의 한계라는 아픈 지적도 있다.
정 후보의 선거를 도운 한 의원은 “악재도 있었으나 과도하게 네거티브에만 매달려 역효과가 났다”며 “인물 경쟁력과 선거 캠페인 실력에서 모두 박 후보에게 졌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정 후보가 ‘경제, 글로벌’ 등 본인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미래 서울’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는데, 초기에 아들의 ‘미개 발언’으로 스텝이 꼬이면서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자 줄곧 설득력이 떨어지는 ‘농약급식’ 등 네거티브에만 매달려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정 후보는 5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 나와 패배를 인정한 뒤 “일단 좀 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원은 “아마 본인이 큰 충격을 받아서 당분간 자숙하며 새 길을 모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보미 최현준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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