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별명에는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따라붙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친박 실세’, ‘박근혜 (복)사본’. 유정복(57)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다. 평가도 ‘박 대통령의 판박이’로 나온다. 무거운 입과 완벽주의적인 일처리 방식 때문이다. “오랜 시간 박 대통령 가까이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어든 것 같다.” 주변의 한결같은 평가다.
‘박근혜의 남자’ 유정복 후보는 1957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7남매 가운데 여섯째다. 부모는 황해도 연백 출신이다.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왔다. 정착지는 인천 송림동. 생활은 어려웠다. “가계는 주로 어머님이 꾸려왔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머님은 삯바느질도 하고 두부와 묵을 만들어 팔면서 우리 7남매를 키우셨다.”(책 <녹색연필> 중)
명문인 인천 제물포고를 졸업한 그는 1976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외교관이 되겠다.” 그의 꿈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말로 “경험삼아 본” 행정고시에 덜컥 합격했다. 1979년, 23살 때였다.
그에겐 여러 개의 최연소 타이틀이 있다. 36살에 전국 최연소 국장(1993년 경기도 기획관), 37살에 전국 최연소 군수(1994년 관선 김포군수), 38살에 전국 최연소 구청장(1995년 인천서구청장), 41살에 전국 최연소 초대 민선 시장(1998년 김포시장)이 그 기록이다.
삶의 궤적을 보면 어렵게 자랐지만, 실패를 모르고 산 삶이다. 행정고시는 대학 재학 중 한 번에 합격했다. 민선 김포군수 당선, 김포시장 재선에도 성공했다. 김포시장 3선에는 실패했지만, 바로 이어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 김포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된 게 17대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그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초선인 김포지역 국회의원이 중앙정치 전면에 나서게 된 순간이다. 그 이후 약 10년간 박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일해 왔다.
“‘당에서 어떤 일을 맡아보고 싶냐’는 박 대표의 물음에 ‘어떤 직책에 욕심부리지 않고 내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한 말이 비서실장으로 나를 자리하게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쓴 책 <찢겨진 명함을 가슴에 안고>의 일부다.
그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장관을 지냈다. 그런데 유독 장관직을 하면 불운에 시달렸다.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친박근혜)계 몫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됐다.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구제역 확산에 대한 책임을 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에 올랐다.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가 무너지면서 대학생 등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300여명이 희생됐다. 세월호 참사 때는 현직 장관이 아니었으나, 직전 장관으로서 책임론이 나온다.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안행부 장관직을 사퇴한 탓에 신속한 사고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3선 국회의원이지만 오랜 행정경험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행정가에 가깝다. “정책이나 공약을 이야기할 때 기존 정치인들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하거나 두루뭉술하게 하는 법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정확히 이야기한다. 숫자 하나도 꼼꼼히 챙긴다.” 같이 일했던 한 보좌관의 평이다.
“(정치를 할 때보다) 시장과 장관 할 때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정책 등을 결정하고 소신있게 공직관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후보 본인이 <한겨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런 때문인지 그는 공직 사회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유 전 장관은 행정을 해봐서인지 공무원들을 다그치거나 몰아치지 않는다. 구제역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턱대고 일을 벌이지 않고, 핵심부터 하나씩 일을 해결해나간다. 공직 사회에서는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가 있다.” 한 농림부 공무원의 평가다.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 전 장관은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하고 대통령이 지시한 과업을 수행하는 데는 탁월하다. 그러나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비전을 제시하고 독자적으로 지방정부를 이끌 리더로서의 덕목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안행부의 한 공무원이 그를 겪어본 소감이다. 박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 자기 색깔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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