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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안철수 “신당 창당은 시추에이셔널 리더십”

등록 2014-03-14 10:33수정 2014-03-14 15:05

안철수 의원이 12일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 의원이 통합신당 창당 합의 이후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안철수 의원이 12일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 의원이 통합신당 창당 합의 이후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통합신당 창당 선언 이후 ‘한겨레21’과 첫 단독인터뷰
“고독한 결정이었다…새정치 위한 결단이자 승부수”
“정부가 잘못하면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항상 누군가를 야단만 쳐…참 의아하다”
“고독한 결정이었다. 이제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과정에 들어섰다.”

안철수 의원이 12일 <한겨레21> 창간 20주년 인터뷰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이 “새정치를 위한 결단이자 승부수”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신당 창당 결정에 이른 자신의 리더십을 “시추에이셔널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이라고 표현했다. “새정치를 담는 작은 그릇을 처음부터 만들어 갈지, 거대 양당의 한 축(민주당)을 새정치를 담는 큰 그릇으로 변화시킬지”를 놓고 고민하다 후자의 ‘가능성’을 보고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이제부터 혁신하지 않으면 도로 민주당 지지율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통합신당 창당 합의(3월2일) 이후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뷰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전문은 3월16일부터 시중에서 판매되는 <한겨레21> 창간 20주년 특대 2호(1003호)에 인터뷰 뒷얘기 등과 함께 실릴 예정이다.

 

- 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는 “새정치를 큰 그릇에 담겠다”고 했다. 언제, 왜 결심했나.

= 짧은 시간에 일종의 결단, 승부수를 던지게 됐다. (민주당으로부터) 제3지대 신당 창당 제안을 받고 생각해보니, 두 가지 선택지가 있더라. 스스로 새정치를 담을 조그만 그릇을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고, 거대 양당의 한 축을 새정치를 실현하는 큰 그릇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과정이 있다. 후자의 선택에는 여러 가지 우려가 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저러다가 새정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걱정한다. 승부수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훨씬 더 난관이 많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결심한 이유는 첫째,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 세력은 눈곱만한 이익도 포기한 적이 없는데, 기초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엄청난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어서, 정치 개혁의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는 제3지대 신당은 정강정책을 새로 만들게 된다. 정치·경제·사회·통일 등의 문제를 새롭게 규정할 수가 있다. 세 번째로는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정치를 바꿔달라는 요구에 스스로 모든 걸 던지기로 하고 돌아갈 다리를 불사르고 시작했다. 그 초심이 변하지 않았다.

“통합신당 창당으로 얻은 건 기회, 잃은 것은…”

- 새정치연합이 ‘인물난’과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통합에 나섰다는 얘기도 적지 않은데.

= 처음부터 그런 어려움을 알면서 (독자 신당) 창당을 결심했다. 부산·광주에 집중한 이유도 두 지역에서 다른 정당 후보가 뽑힌 적이 없었는데, 이를 바꿀 수 있다면 정말 큰 변화라고 생각해 도전하려 했다. 광역단체장 1석만 되도 기적이라고 했지만, 지방선거에서 나름대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걸 인정받아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성적을 내면서 조금씩 기반을 닦을 생각이었다. 작은 그릇을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일을 해 왔던 건데, 민주당 제안을 받고 큰 그릇으로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 제안이 없었다면 그대로 독자노선을 갔을 거라는 얘기인가.

= 그렇다.

- 통합신당 창당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 얻은 건 기회다. 정치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은 거다. 가능성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지금부터 결과로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되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잃은 건, 실망하신 국민이 꽤 많다는 거다. 그러나 그걸 보면서, 새정치연합을 지지하지 않던 분들조차도, 정치가 바뀌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새누리당 지지자, 민주당 지지자, 새정치연합을 지지하지 않는 분들도 지금의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 이제는 말로만 할 수 없다.

- 통합 창당 선언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을 떠나간 사람들도 있는데.

= 김성식 전 의원 한 분이고, 실무자를 포함해 지금 다 같이 있다.

“고독한 결정이었다…승부수 던진 것”

안철수 의원이 12일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 의원이 통합신당 창당 합의 이후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안철수 의원이 12일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 의원이 통합신당 창당 합의 이후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통합 결정은 혼자 했나? 정치 지도자의 결단으로 볼 수도 있지만, 비민주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본인은 스스로 어떤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나.

= 이번 경우는 결단하려고 승부수를 던진 거다. ‘시추에이셔널 리더십’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민주적·수평적 의사결정에 익숙하다. 회사 운영할 때, 대학원장 때 등 제가 맡은 모든 조직에서 그랬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종합적으로 결정했고, 설득이 필요하면 한 사람 한 사람 다 설득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의사 결정의 경우 결국 고독하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전체적인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에 대해 결국 모든 책임은 리더가 져야 한다.

- ‘고독한 결정’을 했다는 건데, 한편으로는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삼성경제연구소 출신 곽수종 새정치연합 총무팀장 등과 상의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 결단한 다음 필요한 최소한의 실무 인력을 불러서 작업을 시켰다. 그건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박 원장은 아니다. 그런 중요한 결정을 누구 말 듣고 결정하나. 결국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다 제가 져야 하는데….

-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정체성과 노선은 얼마나 같고 다른가.

= 사회적 약자들 보호하고 그들 대신 목소리를 내어 공동체로서 결속력을 가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같다. 큰 줄기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보면, 성장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저희들은 성장 담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보수의 전유물은 아니다. 또 복지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항상 같이 보면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로 대북 관계에서 튼튼한 안보가 먼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너무 비상식적인 일 많아…이념 논쟁하기에 우리 수준 낮다”

- 구체적으로 합의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의 전면적 확대를 강조하고, 안 의원은 ‘중부담·중복지’를 얘기했다.

= 정책의 실현 가능성,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풀릴 거다. 통합신당은 대중 정당이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수권 가능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정치인 개개인이 자신이 가진 옳은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 실현가능한 정책이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중도 보수를 쪽으로 넓히다 보면 진보 성향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 “저는 상식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비상식적인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진다. 최근 들어 특히 그렇다. 이념 논쟁을 하기에는 우리 수준이 너무 낮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념 성향과 관계 없이 비상식적인 일부터 없애는 게 시급하다. 그런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그 다음 단계에서 그런 방법론에 대해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논쟁하는 게 바람직하다.

- 통합신당 당명을 공모 중인데, ‘민주’라는 단어를 빼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 실무진이 몇 가지 안을 놓고 의논하고 있는 걸로 안다. 서로 무슨 안을 냈는지 모른다. 저와 상의도 안 했다. 무슨 이름을 해야 한다는 그런 저의 원칙은 없다.

- ‘민주’라는 단어가 들어가느냐, 빠지느냐 장단점이 있을 텐데.

= 모든 게 그렇다.

- 통합신당 창당과 관련해 보수 언론에서 ‘친노 배제론’을 얘기했다. ‘친노’라는 계파가 있다고 보나.

= (웃음) 사람들과 사람들의 관계 아니겠나.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생각이 달라지면 다른 그룹과 모이고 그런 것이다.

- 통합신당 안에 ‘안철수 계파’도 만들어질까.

= 글쎄.(웃음) 그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봤는데, 전 국민적인 인지도는 없지만 정말 훌륭한 분들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분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상의를 드리려 한다.

“2017 대선에 대한 고민 전혀 없어…정치 바꾸는게 목표”

-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통합신당의 경기도지사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그 결정은 이제 도민들의 몫이다. 상대 당 후보와 경쟁해서 도지사가 되어야 한다.

- 본선이 아니라 예선, 당내 경선에 대한 질문인데.

= 본선에서 이길 분을 택해야 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선 될 걸로 보나.

= 쉽지 않은 상황 아닌가. 일단은 신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부터 확정하고(웃음), 그 다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도와드려야겠다.

- 부산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는데,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한다.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드는 게 가능할까.

= 아직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따로 존재하는 상황이라 선거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보지 못했다. 신당이 가진 제일 큰 숙제는 새정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래야 여러 야권 후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새정치연합 창당 때도, 지금도 당 만드느라 바빠서 선거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하는 말하는 건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 (웃음) 석 달 남았잖나. 어떤 분이 ‘우리나라 정치에서 석 달이면 조선왕조 500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다 일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

- 서울시장 후보,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 2017년에 불출마하겠다고 말했다는 전언도 있던데, 출마를 할 건가.

= 그건 자기가 욕심 낸다고 되는 게 아니잖나. 그 때까지 열심히 해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느냐에 달려 있다.

- 안 하겠다고 말 한 적이 없나.

= 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 대선에 대한 고민은 지금 전혀 없다. 제 능력 닿는 한 열심히 정치를 바꿔 나가는 일을 하는 게 지금 현안이고 목표다.

- 올초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해 논란이 있었다. 통합신당 새 지도부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아직 논의된 적은 없다. 묘역 참배했던 이유가 다 우리나라 역사이기 때문이다. ‘과’만 100% 있는 대통령은 없지 않나. ‘공’은 계승하고 ‘과’는 교훈으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발전하는 역사를 만들겠다는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생각이 그렇다면 참배하자고 제안할 건가.  

= 요즘 언론에서는 너무 앞서 나간다.(웃음)

“박 대통령은 항상 누군가 야단치는 모습만…”

-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잘한 것과 못한 것 한가지씩 꼽는다면.

= 잘한 것은 어쨌든 이산가족 상봉도 했고, 남북관계가 그리 확 좋아진 건 아니지만 최소한 악화되진 않았고 대화의 물꼬로 가져가려고 하는 점이다. 잘못한 점은 한 가지만 꼽아야 하나. 여권 내부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큼 국민들이나 야당과 소통이 되지 않는 점이 첫 번째 잘못이다. 기자회견도 좀 자주 하셨으면 좋겠다. 국가정보원 증거 조작 사건이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 경질 때 느낀 건데, 정부가 잘못한 게 있으면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거고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항상 누군가를 야단치는 듯 한 모습만 보인다. 참 의아하다.

- 국정원 증거 조작 사건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검찰도 이 사건의 한 당사자다. 그래서 특검으로 가야 한다.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은 이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고 현 정부는 모른다는 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입장이었지만, 이번 증거 조작 사건은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에서 일어났다. 모든 책임이 현 정부로 돌아간다. 남 원장은 해임해야 한다. 자진사퇴 식이 되어선 안 된다.

글 이지은 <한겨레21> 기자 jieuny@hani.co.kr·김외현 <한겨레21> 기자 oscar@hani.co.kr·

사진 김명진 <한겨레21>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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