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탓” “역량 부족” 의견 갈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택한 것은 독자창당을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통합선언을 하면서 “제가 계속 말씀드렸듯이 제3세력의 필요성은 양당구조를 깨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민주당이 혁신안을 받아들이고 쇄신한다면 기득권 구조를 깰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양당의 ‘틀’이 아니라 ‘기득권 구조’를 깨면 된다는 논리다. 새정치라는 ‘대의’를 위해 독자창당이란 ‘소의’를 희생했다는 얘기로 읽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사람들도 통합 결정의 배경에 ‘독자창당 실패’가 놓여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왜 실패했을까? 학자들에게 물어보았다.
제도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이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양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으로 새로운 정당이 계속 출현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안 돼 실패하는 현상이 거듭되고 있다. 불안한 양당제와 불안한 다당제의 반복이다”라고 진단했다.
1987년 이후 정주영(통일국민당), 박찬종(신정당), 이인제(국민신당), 정몽준(국민통합21), 문국현(창조한국당) 등 유력 정치인들이 제3당을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1995년 충청에 기반을 두고 창당된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은 한때 원내 50석의 막강한 위세를 떨치고도 2006년 소멸했다.
김만흠 원장은 제3정당이 끊임없이 실패하게 만드는 제도로, 승자독식의 대통령중심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기성정당에 대한 과도한 프리미엄을 들었다. 신당창당을 가능하게 하려면 기호순번제를 없애야 한다는 파격적 제안도 내놓았다.
김만흠 원장은 “안철수 위원장은 그동안 제3당을 만들기 위해 제도적인 개선책을 내놓은 것이 별로 없었다. 사실은 제2당과 헤게모니 싸움을 벌여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이 통합의 명분을 살리려면 앞으로 ‘자신이 아닌 제3세력’이 출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공간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도보다는 정치인의 역량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정치는 ‘주어진 한계와 제약을 극복하고 실천적 노력을 통해 빛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하는데 안철수 위원장은 그런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미국가들은 대통령중심제지만 다당제 국가가 많다. 유럽은 소선거구제가 많지만 양당제인 국가가 오히려 드물다”고 지적했다. 제도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상훈 대표는 “정치는 정치의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정치가 아닌 ‘깨끗한 다른 무엇’으로 정치를 하려다가 실패한 것으로 본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안철수 위원장 본인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정몽준, 문국현 등 새로운 정치를 추구했던 사람들도 정치를 하면서 정치에 반하는 방식을 동원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
박상훈 대표는 잘못된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폐해도 우려했다. 선거가 꾸준한 정당정치 활동의 결과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때만 되면 ‘신의 한 수’로 판을 뒤집는 현상이 계속 나타나면서 유권자들을 중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여당독식도 막아야 하지만 한국정치가 방향성도 없이 너무 자주 바뀌고, 그 결과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여준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의장은 8일 ‘북 콘서트’에서 “새로운 정당을 야권분열이라고 생각하면 영원히 양당으로 가야 한다. 안철수 신당이 제대로 된 후보를 밀었으면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철수 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윤여준 의장의 반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이제는 실천으로 보여드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답으로 비켜갔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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