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과 나아지는 살림살이’의 권영길 이사장은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를 “공안 탄압”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반성과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시민운동가로 돌아간 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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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못 이룬 보편복지 위해
후원 행사·대국민 서명운동 채비
내년은 거리에서 살 것 같다 진보정당 공안탄압 문제지만
내부 분열은 정파 패권주의 탓
지방선거까지 통합 어렵다면
연합이라도, 후보 연대라도 이뤄야 -통합진보당은 진보세력 안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진보정당 통합이 가능하겠는가? “현실적으로 통합의 문제는 매우 어려울 것이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통합을 위해서는 현재에 있는 당만으로는 힘들고, 이들을 엮어내고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그 그릇은 노동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이라고 본다. 어렵지만 진보통합의 문이 열려 있고 단일화된 진보정당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다.” 권 이사장은 진보 재통합과 관련해 지난 2일 출범한 ‘노동정치연석회의’의 역할에 기대를 걸었다. 민주노총의 현장조직들이 중심이 된 노동정치연석회의는 지난달 정의당과 노동당, 민주노총이 참가한 가운데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 건설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실체 여부와 관계없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지금 너무 안 좋다. 통합진보당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보세력은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든 게 아닌가? “통합진보당이 반성해야 하는 게 맞다. 내부적으로 그런 대토론을 하려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박근혜 정부에서 해산 심판을 청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나는 통합진보당 창당에 대해서 비판해왔지만, 정부의 해산 청구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첫째 진보당이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길을 가려고 하는데 그것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부적 탄압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진보정치 전체의 통합과 단결마저 어려워진다. 박근혜 정부가 그걸 노린 것이다. 둘째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정권이 정당을 해산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사상과 결사의 자유인데 정권이 정략적 목적으로 해산 청구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생존을 위해서 극렬 투쟁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때일수록 내부적 토론을 해야 한다. 중요한 건 국민의 눈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반성과 토론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첫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분명한 것은 역사의 후퇴다. 유신정권과 같은 내용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구체적인 예다. 보편적 권리이고 인권인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비극적인 삶을 보고 가슴에 칼을 품은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고 마침내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에는 뭘 해야 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에게 고언을 한다면?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서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여는 그런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보편적 복지에 대한 개념부터 철저하게 성찰해주길 바란다. 남북관계에서는 너무 미국에만 매달리고 있다.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가와의 합의도 중요하지만 남북 당사자 간의 실질적인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권 이사장은 내년 지방선거 전망에 대해서는 야권이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왜 야권이 참패할 것으로 보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허무주의 바람이 더 강해졌다. 속된 말로 이제 누구도 못 믿겠다는 식이 되었다. 문제는 이게 야권으로 튄다는 것이다. 선거가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는 감동의 선거가 돼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죽 쑤는 선거가 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화도 어려울 것 같은데? “지난번 선거 때보다 어렵다. 진보정당의 통일 단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통합이 안 되면 우선 연합이라도 해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야권 후보 간의 연합이나 연대라도 이뤄야 한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안철수 신당이 바람직하냐 아니냐 이전에 정당에서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그런데 신당의 강령과 정책을 모르겠다. 한때는 최장집 교수를 영입해서 진보 중심의 정당을 만들 듯하더니 나중에 보니 그것도 아니더라.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하고 있다. 이건 새 정치가 아니며,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당을 만들기 이전에 이런 걸 먼저 확실히 해야 한다.” 그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서 언론노조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건설에 참여한 데 대해 “이 나라와 사회를 제대로 바꿔내고 만들어내는 중심체를 만들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을 얘기할 때는 “죽을 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다. 다시 허허벌판에 나선 것도 이에 대한 속죄의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퇴장한 노정객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끝없이 ‘진보’하는 인간이 느껴졌다. 권영길의 인생 3막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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