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략본부장 성찰 안보여…내부서도 “자세 낮춰야”
민주당에서 자칭타칭 ‘김한길 체제의 전략통’으로 꼽혀온 민병두 당 전략홍보본부장이 10·30재보선 완패의 원인을 후보들의 인지도 열세라고 말해, 패인에 대한 성찰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민 본부장은 31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4와 민주당이 재보선 2곳(경기 화성, 포항남·울릉) 모두에서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패배한 데 대해 “주민들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인지도가 높은 인물(여당 후보)이 지역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주민들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민주당의 부족한 점을 거듭 물었지만, 그는 재차 “철저하게 인지도 싸움이 되다 보니까 어려웠던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정권심판 성격의 선거로 확대 해석할 경우 여당이 완승한 의미만 키워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재보선을 인물론에 밀린 초미니 지역선거로 축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 본부장은 민주당 후보가 수도권인 경기 화성갑에서조차 참패할 정도로 당이 유권자의 신뢰를 상실한 이유나 선거전략의 실패 가능성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새누리당 강세 지역들이긴 했지만, 큰 표 차로 진 만큼 국민들에게 더 낮은 자세로 가겠다는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그동안 민 본부장의 전략적 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 그는 김 대표에게 국회 의결을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주장해, 결과적으로 대선개입 이슈를 희석시키려는 국정원의 의도에 한동안 휘말리는 상황을 자초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처음엔 대표도 대화록 공개에 부정적이었는데, 당시 전략파트에서 대화록 공개를 통해 논란을 털고가자고 워낙 세게 얘기를 해서…”라고 전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 대표도 주변 몇몇 참모의 의견에 의존하지 말고 당내 의견을 좀더 두루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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