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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대화록 정쟁 1년’ 보수정권 ‘안보’ 정략적 활용

등록 2013-10-11 19:38수정 2013-10-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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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국정원 ‘폭로전’ 이어지며
민주당도 NLL에 지나치게 집착
대화록 열람 추진뒤 뒤늦은 후회
공방 지속땐 여야 동반추락 우려
“서로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해야”
“엔엘엘(NLL·북방한계선) 대화록 수사를 두고 친노 진영의 궤변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쟁 종식을 외치고 있는데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진영은 엔엘엘 대화록 논란의 핵심과 본질을 비켜가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새누리당이 아무리 정쟁을 일삼아도 엔엘엘 포기 발언은 없었다. 엔엘엘은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도 남아 있다. 아무리 정권이 찧고 정치검찰이 까불어도 진실의 고갱이는 변하지 않는다.”(배재정 민주당 대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은 2012년 9월16일이었다. 그리고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10월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엔엘엘 포기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정문헌 의원의 폭로 뒤 1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무단공개, 국회의 대화록 열람 의결, 대화록 실종 사태, 검찰 수사 등 수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엔엘엘을 포기했다’는 주장과 ‘포기한 적 없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상황은 1년째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첫째, 보수 세력인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안보 의제인 이 문제를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엔엘엘 대화록 문제는 대화록 실종, 초본 논란 등 논점을 달리해 가며 여권의 위기 때마다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 정몽준 의원의 방북 당시 대화록을 까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국정원, 새누리당, 청와대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부의 주장이지만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는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화록 공개에 동조하고 녹음파일 공개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자성하는 목소리가 꽤 있다.

둘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과거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과 민주당 지도부가 ‘엔엘엘 포기’ 여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사태가 꼬였다. 국정원이 지난 6월24일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뒤 ‘엔엘엘 포기 발언은 없었다’는 쪽이 여론의 다수를 점했는데도, 민주당은 문재인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의 열람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면서 국회는 7월2일 본회의에서 대화록 열람을 의결했다. 나중에 민주당 지도부는 “10년 집권 세력으로서 정치적으로 손해를 좀 보더라도 대화록 열람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적절하지 못했다”고 후회했지만, 돌이킬 수는 없었다.

엔엘엘 공방이 1년 넘도록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여야는 물론 학계, 언론계 등에서도 ‘이제 그만 수렁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국정감사, 법안 심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정기국회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엔엘엘 공방을 이어가면 여야의 동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진만 교수(덕성여대)는 “엔엘엘 문제가 1년 정도 정쟁에 이용되면서 국민들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여권은 민주당과 친노무현 세력이 국가 정체성을 부인하는 세력이 아니라고 인정해줘야 한다. 민주당이나 문재인 의원 쪽은 협상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었다고 해줘야 한다. 그렇게 서로 정치력을 발휘해 이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고 했다.

이런 합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말에 만나 ‘엔엘엘을 둘러싼 정쟁을 중단하자’고 합의한 일이 있다. 김 대표가 서울시청 앞 광장 노숙투쟁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두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합의문 초안 7개항 중에는 ‘엔엘엘은 역사적·실질적으로 우리의 영토선이고, 역대 정부에서 지켜냈듯이 현 정부도 국민과 함께 지켜갈 것이다. 국회에 국정원 개혁 특위를 설치한다. 국가기록물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등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합의는 청와대의 강경론에 떠밀려 백지화됐다는 게 민주당 쪽 주장이다.

황우여 대표는 11일 라디오 방송에서 “정치권은 좀 냉정할 필요가 있다라는 걸 늘 주장하고 있다. 지금 국정 현안이 민생과 여러 가지 굉장히 심각하지 않나. 그래서 (대화록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국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 이런 입장이다. 녹음파일 공개도 녹음파일 공개를 그냥 할 순 없는 것 아니겠나.(중략) 재판에 직결된다고 할 때는 정치권에서 그걸 동의해야 되겠지만 지금 멀쩡한데 녹음파일 공개하자라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강경파들의 녹음파일 공개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겨울에도 민생의 꽃을 피우겠다는 각오로 정기국회에 임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는 새누리당의 정쟁 대 민주당의 민생 대결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연일 국회를 정쟁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지만 민주당은 민생에 매진하겠다. 민주주의 후퇴와 공약 파기, 민생 위기로 인한 민심 이반을 정쟁으로 덮으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야 대표가 동시에 ‘이제 그만 민생 의제로 넘어가자’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송호진 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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