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광장 천막상황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16일 국회 3자회담 참석키로
‘채동욱 사퇴’ 뒤 ‘거부론’ 커져
회담 참석 재논의 끝 결국 수용
김 대표 “국정원·채총장 의제로”
“황교안 사퇴 때까지 연기했어야”
당내선 비판 목소리 여전
회담뒤 행보에 우려 목소리도
‘채동욱 사퇴’ 뒤 ‘거부론’ 커져
회담 참석 재논의 끝 결국 수용
김 대표 “국정원·채총장 의제로”
“황교안 사퇴 때까지 연기했어야”
당내선 비판 목소리 여전
회담뒤 행보에 우려 목소리도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5일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를 계기로 민주당 안에서도 ‘보이콧’ 의견이 커지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16일 3자회담을 거듭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여론에 대한 부담과 회담의 정치적 효과를 다각도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회담연기 의견도 있었지만, 회담에 들어가지 않는 것 때문에 욕 먹을 필요는 없다. 회담 들어가서 신유신시대를 부각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난 (거부하느냐, 마느냐로) 전혀 고민 안 했다. 들어가서 확실하게 얘기하면 된다. 지금처럼 야당에 불리한 언론환경에서 회담 하지 않겠다고 하면 우릴 어떻게 보겠느냐”고 했다. 여권과 언론이 회담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뒤집어 씌우면, 국정원의 대선개입 등 국기문란 규명과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야당의 본질적 요구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가 지난 13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를 이끈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퇴로 몰아간 징후들이 포착되면서, 민주당에는 회담 거부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최원식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청와대가 국정원 수사 총수를 사퇴시킨 건 불법 대선개입 사실을 부인한다는 신호다. 민주당은 국정원 불법개입 문제를 풀려고 3자회담을 하자는 것인데, 회담 전에 채 총장 사퇴를 통해 대통령 뜻이 다 나온 상황에서 회담을 할 의미가 있느냐는 거부론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15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4선 이상 중진의원 모임을 잇달아 열어 판단을 구한 뒤 3자회담에 참석하기로 최종 결론을 냈다. 최고위는 애초 회담수용을 밝힌 상황에서 다시 회담을 거부하면 야당에 대한 ‘추석 차례상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참석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중진모임(5명 참석·1명은 전화로 의견피력)에선 2명이 참석거부를 강하게 건의했지만, 나머지는 참석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16일 회담의 주요 의제를 국정원 등의 정치개입 폐해와 최동욱 검찰총장 사퇴 문제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에게 “분명한 답변”을 요구해 ‘들러리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이 3자 회담 텔레비전 중계를 요구한 것도 국정원 대선 개입과 채동욱 총장 사퇴를 둘러싼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인식차를 그대로 드러내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당에선 회담 성과가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고, 청와대가 김 대표에게 ‘정장을 입고 오라’며 옷차림까지 지정하는 상황에서 회담을 거부했어야 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한 4선 의원은 “청와대가 추석 전에 (야당과 만났다는) 대통령 미담을 만들기 위한 홍보용으로 하는 거 아니겠나. 채 총장 사표를 반려시키고,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한) 황교안 법무장관을 사퇴시킬 때까지 회담을 연기해야 한다고 대표에게 주장했지만 결국 참석하는 쪽으로 결정됐다”며 아쉬워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의제도 조율되지 않는데, 회담에서 뭘 얻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내에는 회담 이후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대통령과의 회담이라는 카드를 써버린 상황에서, 회담이 끝난 뒤 정국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다른 묘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 쪽 인사는 “(국정감사 참가, 천막투쟁 등) 원내외 투쟁을 계속 유지하면서, 연말에 여권이 원하는 예산안을 걸고 우리 요구를 관철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송호진 이승준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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