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해산 여론’ 커지는데
안에선 “당 더 단단해져”
권영길 “사실상 사망 선고”
무죄 ‘영남위 사건’ 등 겪고
‘부정경선 트라우마’ 겹쳐
자성 늦추게 하는 요인인 듯
안에선 “당 더 단단해져”
권영길 “사실상 사망 선고”
무죄 ‘영남위 사건’ 등 겪고
‘부정경선 트라우마’ 겹쳐
자성 늦추게 하는 요인인 듯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10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권영길과 나아지는 살림살이’ 출범식에서 “민주노동당이 한때 20% 지지를 받다가 내려갔다. 그리고 분당이 됐고, 진보당 사태로 사실상 사망상태 선고를 받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이석기 의원 사건’이 진보진영에 끼친 악영향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지난 9일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성인남녀 1000명 대상) 결과를 보면, 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답변이 61.7%나 나왔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정반대다.
“당 존립 위기? 그렇지 않다. 당 내부가 더 단단해졌다.” 진보당 한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 사건이 당의 결속력을 오히려 높였다고 전했다. 지난 5월12일 경기도당 모임에서 나온 총기탈취·시설파괴 발언들조차 자성하지 않다 보니, 법률적 근거가 희박한 정당해산론까지 드세지는 현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 사정에 밝은 수도권 당직자는 당의 성찰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해 “진보정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으니 자성도 하고, (이 의원 사퇴, 사건 관련자 2선 후퇴 등) 읍참마속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내란음모 혐의의 진실이 먼저 밝혀진 뒤 공당으로서 책임질 게 있으면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현재 진보당은 소위 경기동부연합과, 울산연합, 광주·전남연합이 중심인데, 울산 쪽 당원들이 1999년 (반국가단체 구성 등 혐의로 기소돼 무죄가 선고된) ‘영남위원회’ 사건 등 유사한 일들을 겪은 것도 이번 사건에 당의 일사불란함을 유지하는 배경 중 하나”라고 했다.
지난해 경험한 ‘부정경선 트라우마’도 최소한의 자성을 늦추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오병윤 진보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이석기 의원 등이 부정경선을 했다고 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국민참여당계 인사가 부정경선 혐의로 구속되고 이 의원 등은 무혐의가 나왔다. 그때 충격이 남은 상황에서 내란음모를 했다고 또 탄압하니까, 이 의원이 탄압을 받는 상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회에서 당원들이 ‘이 의원님 사랑합니다’라고 한 것도 그런 이 의원에 대한 당원들의 자발적 격려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당원들은 결국 이번에도 내란음모 혐의를 벗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이 의원이 ‘날조됐다’고 명백히 밝히는 상황에서, 자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시각도 있다.
당에선 소수이지만, 당의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당원은 진보당 누리집 당원게시판에 “(물론) 종북 억울합니다”라고 밝힌 뒤, “과연 이 모든 게 외부의 잘못일까요? 진보당은 진실하고 아무 잘못이 없는데 국민들이 잘못 생각하는 걸까요? 그건 누구도 답해 줄 수 없습니다. 단지 지금 국민 대부분은 진보당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썼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