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258명의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정의당이 ‘찬성 표결’을 당론으로 정한 만큼 대다수가 당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이석기 의원 체포에 동의하지 않은 표도 31표(반대 14, 기권 11, 무표 6)로 나타났다. 현재 298명인 국회 정당별 의석은 새누리당 153, 민주당 127, 통합진보당 6, 정의당 5, 무소속 7이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했다면, 다른 정당 및 무소속 의원 가운데 25명이 반대·기권·무효표를 던진 셈이다.
25명의 이탈자는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했는데도 꽤 많은 이탈표가 나온 배경에는 의원들의 고민이 숨어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표결을 앞두고 지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석기 의원에게 적용된 법률 조항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찬성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고 털어놓았다.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의원에게 형법상 내란음모 및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한 것은 무리한 법적용이라고 보고 있다.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혐의만 남게 되는데,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체포동의안에 선뜻 찬성할 수가 없게 된다.
시민사회 출신인 한 초선 의원은 “아무리 당론이라고 하지만 내 양심상 도저히 찬성표를 던질 수는 없다”고 했다. 의원들 상당수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투표로 이뤄진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반대·기권·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집권 여당이던 2004년 17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및 대체입법을 당론으로 정하고 보안법 폐지를 추진했으나,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실패한 일이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정치적 공세로 활용하는 작태에 분노하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 헌법질서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처리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체포동의안 찬성에 대해 “사법적 유무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이석기 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해제하여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고 진실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사상 이석기 의원이 12번째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이석기 체포동의안 통과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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