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정의당 원내대표 “국민들 의혹에 성실히 답해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사건은 지금까지 진보정당이 어렵게 쌓아온 정치적 기반과 성과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3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괴롭다”고 운을 뗐다.
심 원내대표 자신이 1985년 구로동맹파업 주도 혐의로 10년 이상 수배를 받았고, 민주노총·금속노련 등에서 오랜 노동운동을 한 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의원이 됐던 터라, 이석기 의원을 향해 “적극적인 사실관계 해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음이 편치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심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헌법 안에서 활동해야만 정당과 국회의원으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며 헌법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이 의원의 혐의 자체가 내란음모다. 헌법적 가치를 부정했다는 혐의가 제시된 만큼 공당과 의원의 정치적 생명이 달린 문제다.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하고, 수사에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차원에서 진상조사위를 꾸려 국가정보원의 공안탄압 여부 등을 가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 의원 또한 체포동의안의 국회 처리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이나 국민에게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권고다.
심 대표가 진보당과 적극적으로 선을 긋는 것은 이번 사건이 진보정당에 미칠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과 ‘종북 논란’ 등으로 진보정당이 둘로 쪼개진 상처가 제대로 아물기도 전에 자칫 진보정당의 존립 자체가 중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심 대표는 ‘극단의 배제’를 역설했다. “좌우 극단적 대립을 넘어서서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극단을 배제하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시민들이 주도하는 공동체를 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이 의원 체포동의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이번 사건의 수사주체가 국정원이고, 대선개입 의혹 등 국기문란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을 대신해 정치적 선고를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심 대표는 “국정원이 지금까지 과도하게 왜곡한 사건이 많다는 점을 볼 때 의혹이 한 축에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이 의원의 언행이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대표로서 과연 용인될 수 있는 것인가를 고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4일 오전 대표단·의원단 연석회의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관한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실체와 파장은? [한겨레캐스트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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